전국 지지율 2016년·2020년 보다 높아졌으나
주요 경합주에서 지지율 해리스에 뒤져 불리
흑인·히스패닉 지지 증가도 선거인 확보 도움 안돼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전국적으로 300만 표 가까이 뒤졌지만 당선권을 훌쩍 넘는 300명 이상의 선거인을 확보해 승리했다.
이른바 공화당 선거인 프리미엄의 덕을 본 결과다. 대부분의 주에서 1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선거인을 독식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각) 올해 대선에서 공화당의 선거구 프리미엄이 크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의 선거구 프리미엄은 전국 득표율과 주요 경합주에서의 득표율 차이를 비교해 측정할 수 있다.
예컨대 2016년 대선에서 클린턴이 전국 득표율에서 2.1% 포인트 앞섰으나 경합주에서는 트럼프가 0.8% 포인트 앞서면서 전국 득표율 대비 2.9명의 선거인을 더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20년에는 조 바이든 후보가 전국 득표율에서 4.5% 포인트, 경합주 득표율에서 0.6% 포인트 앞서면서 트럼프가 전국득표율보다 더 많이 확보한 선거인수는 3.8명이 됐다.
올해는 해리스 부통령은 전국적으로 2.6% 포인트 앞서고 있으며 경합주인 위스콘신 주에서 1,8% 포인트 앞선다. 이에 따라 트럼프가 누릴 수 있는 선거인 이익 가능성은 0.7명으로 줄었다. 4년 전보다 선거인수 이익이 5분의 1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으나 모두 오차 범위 이내의 미미한 차이다. 이에 따라 이들 3개 주 중 한 곳에서라도 실제 투표결과가 여론조사와 반대로 나타날 경우 트럼프가 볼 수 있는 선거인수 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트럼프는 올해 비경합주인 뉴욕 주에서 지지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전국적 득표를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선거인을 확보하는 데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트럼프가 지난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크게 앞선 지역에서 선전하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8년 전 주요 경합주에서 근소하게 승리하고도 선거인 독식
트럼프는 올해 2020년 대선 때 바이든에 크게 뒤졌던 지역에서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 지지율이 4년 전보다 높게 나타나는 이유다. 트럼프의 선거인수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한편 공화당이 전국 득표율에서 선전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그러나 2022년 중간선거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공화당 후보들의 득표율이 뉴욕, 플로리다 등 남부 지역과 캘리포니아, 텍사스 주 등 비경합주에서 트럼프의 2020년 득표율보다 큰 폭으로 앞선 것이다.
그 결과 공화당은 전국적으로 중간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확보한 의석은 간신히 과반을 넘기는 수준이었다.
8년 전 트럼프가 선거인수에서 이익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인구 구성이다.
트럼프는 당시 북부 경합주 지역에서 비대졸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반면 고학력 유권자들의 지지는 오히려 큰 폭으로 줄었다. 다만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는 대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아서 경합주에서 트럼프 득표에는 영향이 미미했다.
지난 4년 동안 트럼프가 인구 구성으로부터 누리는 선거인 이익이 크게 줄었다.
올해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가 늘었으나 주로 텍사스 , 플로리다, 뉴욕, 캘리포니아 주 등 비경합주에서 늘었다. 반면 경합주인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주에서는 이 계층의 지지가 오히려 약하다. 결국 흑인 및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율 증가가 선거인 확보에 미칠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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