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태성 기자 = 음주운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 16일 음주 역주행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광주 광산구에서 이른바 '음주운전 헌터'에 쫓기던 운전자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전날에는 대전의 한 시내에서 음주운전 승합차가 시내버스와 충돌하면서 28명이 다쳤다. 이 중 버스기사 등 2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한다. 불과 열흘 사이 음주운전 사고로만 벌써 3명이 죽고 33명이 다쳤다.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것을 합치면 사상자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난 2018년 윤창호법 시행 등 음주운전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가 미미한 모습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만5708건이었던 음주운전 교통사고 수는 지난해 1만3042건으로 집계됐다. 4년 새 17%가 감소했지만 여전히 매해 1만건 이상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에서 매일 40건 이상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최근엔 음주운전 처벌을 회피하려는 방법으로 일명 '술 타기'가 유행해 여야가 관련 법 개정에 나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음주운전을 막기 위해선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뿐 아니라, 술을 마시면 아예 운전대를 잡지 못하도록 만드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술에 취한 채 운전대를 잡는 행위 자체가 온전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정신상태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다음 달부터 도입되는 음주운전 방지장치 부착 조건부 운전면허제가 기대된다. 이 장치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검사해 알코올이 검출되지 않은 경우에만 시동이 걸리게 하는 방식으로,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달 25일부터는 5년 이내에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해 면허가 취소된 사람이 다시 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경우, 일정기간(2~5년) 동안 음주운전 방지장치가 설치된 자동차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음주운전면허'를 발급받아야 한다.
만일 음주운전 전력자가 방지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차량을 운전할 경우 '무면허 운전'에 준하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다만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방식인 만큼 제도 안착을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대신 호흡 측정을 해준다거나, 장치를 임의로 해제하는 '꼼수'도 있을 수 있다. 경찰도 이를 인지하고 대비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생한다.
무엇보다 다음 달 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소급 적용이 불가한 탓에 실제 장치를 장착한 사례가 나오기까진 최소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남은 2년 동안 제도를 잘 정비해 나가 이번 제도가 음주운전 방지에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특히 음주운전 재범자에게만 장치가 강제되는 것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초범에 관대한 실정이 재범을 유발한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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