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상반기 3만2745명 중도인출…전년比 26.8%↑
3년 만에 반등…주택구입 목적 36.9% 역대 최대
주택매매·전세자금 목적 중도인출자 비중 77.8%
"부동산 상승세에 퇴직연금 중도인출 늘어날 것"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지난해 상반기 주택구입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가입자가 37% 가량 증가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도인출 금액도 50% 가까이 폭증해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2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수는 전년 대비 26.8% 증가한 3만2745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상반기 -30.2%, 2022년 상반기 -10.6% 감소한 뒤, 3년 만에 반등했다.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가입자는 역대 최대 규모인 36.9% 증가하면서 전체 인원 반등에 영향을 미쳤다. 주택구입을 목적으로 인출한 인원은 1만6545명이었다. 이는 퇴직연금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7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상반기 집값이 바닥을 다졌다는 판단을 하는 국민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주택구입 목적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수는 지난 2020년 상반기 30.7% 증가한 1만3290명, 2021년 상반기 17.9% 증가한 1만5674명을 기록한 바 있다. 이후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2022년 상반기 22.9% 감소 전환한 1만2085명을 기록했으나, 작년 상반기 반등했다. 전체 인원에서 주택구입 목적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0.5%로 절반을 넘어섰다.
전세자금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해지한 인원도 2년 연속 증가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에만 8942명이 주거 목적 임차보증금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 인출했다. 지난 2020년 -1.1%, 2021년 -11.3%를 기록하며 2년 연속 감소했으나 2022년 상반기 증가 전환했다. 작년 상반기 인원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수준이다. 전체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수대비 비중은 27.3%였다.
작년 상반기 전체 퇴직연금 중도인출자 가운데 주택구입 또는 주거목적 임차보증금을 이유로 퇴직연금을 중도인출한 비중은 77.8%였다. 주거 목적 중도인출 비중은 지난 2018년과 2019년 50%를 소폭 상회했으나, 2021년 상반기 79.8%로 대폭 상승했다. 이후 2022년 77.1%, 2023년 77.8%를 기록하며 3년 연속 80%를 육박하고 있다.
주택구입으로 인한 중도인출 금액은 작년 상반기 7385억5300만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는 전년(4954억1600만원) 대비 무려 49.1%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2021년 상반기 6702억5600만원에서 2022년 상반기 4954억1600만원으로 26.1% 감소한 바 있다. 지난해 상승 폭이 커지면서 2021년 상반기(6702억5600만원) 금액을 웃돌았다.
주거목적 임차보증금 명목으로 인출한 금액도 전년대비 23.1% 증가해 3089억5700만원을 기록하면서 가장 큰 규모를 보였다. 주택구입과 주거목적 임차보증금을 합한 규모는 전체 중도인출 규모(1조2145억900만원) 대비 86.2%에 달했다.
문제는 올해 집값 상승이 이어지면서 이같은 경향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이 오르는 분위기라 향후 퇴직연금을 헐어쓰는 국민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라며 "퇴직연금을 마음대로 인출하지 못하게 하자는 법 제정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가 부동산으로 경기를 부양하려는 경향이 강해, 가능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