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제시키안 "역내 불안정 원인 되진 않겠다" 경계
헤즈볼라 지원 의지 강조…"확전은 이스라엘 책임"
러 탄도미사일 지원은 부인…"핵합의 논의 준비됐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자국 수도 테헤란에서 발생한 하마스 지도자 암살 사건에 대해 유야무야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23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 참석차 만난 취재진에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 암살 사건 관련 이스라엘에 대응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다만 "우린 역내 불안정의 원인이 되고 싶진 않다"며 확전 가능성은 경계했다.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 관련 미국이 상황을 오도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그들은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해 일주일 정도 더 기다리라고 일찍이 우리에게 말했다"며 "여러분에게도 거짓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이 이날 레바논 헤즈볼라 목표물 1600여개를 표적으로 대대적인 공습을 가한 가운데, 헤즈볼라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중동에서 확전 우려가 커지는 건 이스라엘 책임이라며, 먼저 무력행사를 중단하면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도 멈출 것이라고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기꺼이 그렇게 한다면 우린 모든 무기를 내려놓을 용의가 있다"면서 "하지만 외부 행위자들이 들어와 한쪽은 무장하고 상대 쪽은 방어 수단을 갖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공격은 최소한의 대응이었다며 "이조차 하지 않았다면 누가 팔레스타인을 방어하겠냐"고 반문했다.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지원했다는 의혹엔 "내가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우린 그들에게 탄도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안 할 것"이라며 "우린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침략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이자 여성 인권 운동가인 나르게스 모하마디를 석방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엔 "우린 내부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답을 피했다.
지난 7월 취임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흉부외과 의사 출신 개혁 성향 지도자다. 더 많은 사회적 자유와 서방과 관계 개선 등 공약을 내세워 예상 밖 당선됐다. 이번 유엔 총회는 취임 후 처음 오르는 국제 무대다.
행사에 앞서 이란은 핵 협상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을 재개하는 방안을 유럽연합(EU)과 논의했다고 알렸다.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핵합의 복원을 위해 미국과 직접 대화에 열려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린 합의에 따른 의무로 돌아갈 준비가 완전히 돼 있다"며 "이란의 군사 교리에 핵무기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우리에겐 요구하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서방에 촉구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회담에서도 핵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JCPOA는 이란이 핵무기에 쓰일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포기하고 서방은 이를 대가로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기로 한 협정이다. 2015년 이란과 P5+1(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과 동일)과 체결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일방적으로 탈퇴한 뒤 이란에 대한 제재를 부활했고, 이란은 이에 대응해 합의의 허용 범위를 초과하는 수준의 우라늄 농축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2021년 4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복원 협상이 시작됐지만, 현재 교착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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