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독대 요청 관련 대통령실 공식 답변 없어
의대 증원 조정·김 여사 리스크 등 의제 오를 듯
친윤계, 불편한 기류도…"사전에 공개되는 것 이례적"
[서울=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독대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 대표는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지지율 하락 등 정국 현안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독대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상황을 봐야 한다"며 독대를 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을 하지 않은 상황이다.
2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대표의 독대 요청과 관련된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한 대표는 오는 24일 예정된 윤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전후 독대를 요청한 바 있다.
만약 독대가 이뤄진다면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을 위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요청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025년 의대 증원 조정'을 협의체 의제로 삼아 의료계의 참여를 끌어내자는 게 한 대표의 입장이다.
반면 정부는 이를 논의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미 수시 모집이 마감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정원 재조정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간 당정은 이에 관한 이견을 조율해왔지만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고, 결국 협의체는 첫발을 떼지도 못했다.
앞서 국회를 통과한 김 여사 특검법도 한 대표 입장에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윤 대통령은 곧 이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법안이 국회로 넘어오게 되면 재표결이 진행되고, 여당 내에서 8명(전원 출석 가정)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현재로서는 이탈표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 여사 리스크는 여당으로선 여전히 부담이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최근 김 여사의 공개 외부 활동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당 안팎에선 한 대표의 이번 독대 요청이 언론을 통해 외부로 알려진 데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만찬이 예정된 상황에서 따로 독대를 요청한 것을 두고 한 대표의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간 한 대표는 꾸준히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전략을 택해왔고, 이번 독대도 그 연장선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원외 친윤(친윤석열)계 인사인 장예찬 전 청년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서 한 대표를 겨냥해 "대통령과 독대 요청을 단독 기사로 내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뢰를 못 받고 있는지 온 동네 광고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친윤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독대 요청에 대해 "사전에 공개가 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조화롭게 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이야기인데, 이것이 사전에 공개가 됨으로써 양쪽 다 부담스러운 상황이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최근 윤 대통령과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진 5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같은 날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독대 요청을 했다는 게 언론에 나오는 것 자체를 그렇게 좋은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이번 독대가 정국 돌파구 마련의 단초가 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친한계 의원은 통화에서 "만찬만 하고 현안에 대한 논의 없이 헤어지기에는 현 상황이 좀 그렇지 않나"라며 "결정은 대통령실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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