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1차 경선 탈락 대이변…진보 측 '도덕성 논란' 의식했나

기사등록 2024/09/23 11:28:30

진보 유권자, '곽노현 vs 조전혁' 프레임 고심

민주당색 강한 '정근식' 지지 이뤄졌을 수도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2024.09.1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서울시교육감 출마선언 기자회견에서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2024.09.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선 진보 성향 후보 단일화 1차 경선에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탈락하는 이변이 벌어졌다. 곽 전 교육감의 과거 선거법 위반 사건, 잇단 정치적 발언 등이 보수 성향 후보와의 싸움에서 절대 유리하지 않다는 진보 교육계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진보 진영 단일화 기구인 '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3명이 상위권을 차지하며 1차 경선을 통과했다.

추진위의 1차 경선 방식은 추진위원, 즉 선거인단의 투표를 통해 이뤄졌다. 추진위는 앞서 만 14세 이상 서울시민을 상대로 추진위원을 모집했다. 추진위원으로 9100여명이 참여했으며 서울 소재 직장인과 중복 참여를 제외한 만 14세 이상의 서울시민 7437명 중 5311명이 투표했다.

교육계에서는 곽 전 교육감의 1차 경선 탈락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교육계는 추진위원 1명이 2표를 행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1차 경선에서 곽 전 교육감이 상당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진위원 투표는 조직력 싸움이다. 추진위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가입을 위한 온라인 서류를 작성해야 하고,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은 1만원을 내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들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가입했을 것으로 보인다.

곽 전 교육감을 지지하는 다수의 단체 채팅방에는 온라인 서류 작성을 위한 링크가 활발하게 공유되기도 했다. 때문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오랜 기간 교육계에서 쌓아온 곽 전 교육감의 활동과 조직력 등이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내다봤다.

곽노현, '조전혁'에 경쟁력 있나…진보계 고심 결과물

그럼에도 불구하고 5명의 후보 중 곽 전 교육감이 3위 안에 들지 못한 건 진보 교육계 관계자들이 본선에서 곽 전 교육감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 진보 교육계 관계자는 "현재 강력한 보수 단일화 후보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다. '조전혁 대 곽노현' 구도에서 곽 전 교육감이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이 이뤄진 것 같다"고 해석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곽 전 교육감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다. 곽 전 교육감은 2010년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됐으나 진보진영의 경쟁 후보에게 후보 단일화 목적으로 2억원을 건넨 혐의의 유죄가 확정돼 2012년 직을 상실했다.

여기에 그는 당선무효형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보전 받은 선거비용 35억원을 반납해야 하는데 여전히 30억원 이상을 미납한 상태다.

한 진보 성향 후보는 "진보 교육계의 훌륭한 자산인데 참 안타깝다"면서도 "보수 언론, 더불어민주당 할 것 없이 곽 전 교육감의 출마는 국민적 상식과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런 여론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며 '그 분(곽 전 교육감)은 안 나가시는 게 좋겠다'는 판단으로 반영된 것 같다"고 뉴시스에 말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 서울특별시 교육감 보궐선거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2024.09.13.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 서울특별시 교육감 보궐선거 홍보물이 게시돼 있다. 2024.09.13. [email protected]

정근식의 '민주당' 대표성 작용했을 수도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더 가까운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향한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가 몰리며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교수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민주당 혁신위원장, 공천관리위원장 등에 하마평을 올렸을 정도로 민주당과 친밀한 관계다. 그는 2019년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2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자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원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육계 관계자는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더불어민주당 대 국민의힘' 프레임으로 흘러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색깔, 민주당의 교육정책을 반영할 수 있는 후보를 유권자들이 지지했을 수도 있다"며 "정량화할 순 없지만 정 교수를 지지하는 이들이 전략적으로 역선택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1인 2표를 행사하는 추진위원들이 한 표는 정 교수에, 그리고 다른 한 표는 의도적으로 곽 전 교육감을 제외한 다른 후보에 던졌다는 것이다.

곽 전 교육감의 탈락으로 진보 후보들의 단일화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가능성은 낮지만 곽 전 교육감의 단독출마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뉴시스는 곽 전 교육감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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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1차 경선 탈락 대이변…진보 측 '도덕성 논란' 의식했나

기사등록 2024/09/23 11:28:30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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