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친족성폭력 미성년 피해자 회복 예산 제자리…절반 깎이고 복구 안돼

기사등록 2024/09/23 10:33:20

최종수정 2024/09/23 12:14:32

내년 예산 4억7400만원…올해 절반 삭감

보호시설, 예산 부족으로 상담 횟수 줄여

80%가 13세 이하…"피해 트라우마 지속"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이, 여성가족부의 치료회복 관련 내년도 예산안이 제자리걸음하며 올해와 마찬가지로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게 됐다.

23일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 치료회복 프로그램'의 내년도 예산은 올해와 동일한 4억7400만원으로 편성됐다.

해당 금액은 전년 예산 9억4700만원에서 절반 가까이 삭감된 수준이다. 결국 내년에도 원상복구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심리치료, 집단상담 등을 제공하며 친족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회복을 돕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은 올해 예산 부족으로 인해 치료회복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차질을 겪었다. 이들은 아빠, 오빠, 친척 등 친족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어 시설에 입소한다.

여가부 운영지침에 따르면 해당 시설의 프로그램 운영비는 연간 600만원이다. 다만 현장에서는 해당 금액이 시설에서 운영 중인 사업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고 보고, 여가부가 공모 형식으로 운영하는 '성폭력 피해자 치료회복프로그램' 사업에 별도로 신청해 운영비를 받는다.

그런데 올해 해당 사업 예산이 대폭 깎인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감춰진 피해자들: 미성년 친족성폭력 피해자 특별지원 보호시설 지원업무 실태 및 개선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4개의 시설 중 한 곳은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여가부로부터 절반으로 줄어든 운영비 16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엔 3500만원이었다.

이에 시설은 피해아동에게 제공하는 집단상담을 총 10회로 줄였다. 1년에 10회가 아닌 시설에 입소한 기간 내 10회였다.

시설의 김희진 상담원은 예산과 관련해 "많이 부족하다"며 "아이들은 입소 후 몇 년 씩 계속 피해 트라우마에 시달리는데 상담은 제한된다"고 말했다.

김옥분 시설장은 "한 입소아동은 가해자인 아빠의 차와 비슷한 차만 지나가도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어버린다"며 "그대로 쓰러져 119에 실려가기도 한다"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친족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8명이 13세 이하이며 가해자의 약 71%는 친부나 계부 등 '아빠'라고 불리는 사람들이다.

이 같이 피해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내년도 예산안은 늘어나기는커녕 제자리에 멈췄다.

해당 보고서를 집필하며 비공개로 운영되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을 살핀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23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올해 기존에 받던 예산의 절반 밖에 받지 못해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아예 못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시행하게 됐다"며 "내년에도 똑같은 상황이라고 하면 상당히 곤란하다"고 우려했다.

또 "운영 예산을 공모 형식으로 받기 때문에 신청을 못하면 아예 받지 못하는 등 유동적이고 안정적이지 않다"며 "시설의 배분되는 예산을 법률에 명시해 반드시 확보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올해 삭감된 예산과 관련해 "최근 부정 수급이 발생해 건전 재정 기조 하에서 한정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예산 절감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도 예산과 관련해서는 기존 보호시설 퇴소자립지원금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하고 퇴소자립지원수당 월50만원을 신규로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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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친족성폭력 미성년 피해자 회복 예산 제자리…절반 깎이고 복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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