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조정단가 최대치 유지…"한전 재무상황 고려"
산업 "요금정상화 노력" vs 기재 "50%↑ 서민 부담"
기본요금·전력량 논의는…한전 "최소한 수준 인상"
[세종=뉴시스]이승주 임소현 손차민 기자 = 정부가 전기요금 산정 요소 중 하나인 한국전력의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h(킬로와트시)당 최대치인 '+5원'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연내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향후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등을 두고 에너지 및 물가 당국의 논의가 치열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에너지 당국 및 업계에서는 국제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었지만 그동안 누적된 한전의 적자가 천문학적인 수준인 것을 우려하며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물가 당국에서는 고물가에도 윤석열 정부에서만 이미 50% 가까이 요금을 올렸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23일 한전에 따르면 4분기(10~12월) 연료비 조정단가는 ㎾h 당 '+5원'으로 확정됐다. 이로써 연료비 조정단가는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h당 +5원' 기조를 유지하게 됐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연료비 조정요금 기준이 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제도로,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지난 분기 기준 최대치인 +5원을 적용 중이다.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찾고 있어 연료비 조정단가를 내릴 요인도 존재한다. 하지만 산업부는 한전의 누적 적자가 40조원을 넘어설 정도로 어려운 것을 고려해 현재 최대치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한전 측은 산업부에서 회신 받은 연료비조정단가 내역에 대해 "한전의 재무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을 고려해 (현재 최대치인 +5원에서 인하하지 않고)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며 "한전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을 철저히 이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연료비 조정단가가 유지된 만큼, 앞으로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등 요소들에 대한 논의를 어떻게 전개할 지 주목된다.
에너지 당국인 산업부는 꾸준히 한전의 적자 해소 등을 위해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지난 달 기자들과 만나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전기요금을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수개월 간 노력했고 지금도 작업 중"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여당과 협의가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 "여당에서도 전기요금 인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물가 당국인 기재부는 추가 인상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기요금은 윤석열 정부에서 50% 가까이 인상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국민 부담이 커졌다고 판단한다"며 "한전 등 공공기관의 재무구조와 에너지 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결정은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비롯해 관련 자료를 제출한 것을 토대로 산업부와 기재부 논의를 토대로 한다. 양 부처에서 한전의 누적 적자 및 물가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인상안을 마련한다. 이를 기반으로 당정 협의를 거쳐 이후 산업부 산하 독립기구인 전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앞으로 산업부와 기재부는 전기요금 인상 폭과 시점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전 적자도 심각한 수준이지만,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찾은 데다 올해 여름 역대급 더위로 인한 냉방비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 겨울에도 가스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부담까지 더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인상 논의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요금은 정말 최소한의 수준에서 인상하겠다는 뜻"이라며 "최종적으로 국정을 최우선으로 정부에서 결정할 문제인 만큼 현재는 충분히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