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쿠르스크 러 진지서 탈취한 문서 입수
러, 예측 불구 우크라군 급습에 속수무책 당해
軍 사기 우려도…'심리 상태 유지' 지시도 담겨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역침공을 수개월 전 예상했으며 이를 막기 위한 계획까지 세웠던 정황이 드러났다.
가디언은 20일(현지시각) 단독 입수한 러시아 내부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문서는 지난달 말 우크라이나군 특수부대가 쿠르스크 지역의 버려진 러시아군 진지에서 탈취한 것으로, 러시아 내무부와 연방보안국(FSB), 군의 것으로 추정됐다.
문서 중 일부는 여러 부대에 배포된 인쇄된 명령서, 일부는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 및 우려 사항을 수기로 작성한 기록이다. 가장 오래된 것은 지난해 말, 가장 최근은 우크라이나가 8월6일 쿠르스크를 역침공하기 6주 전 작성됐다.
대부분은 러시아 488 경비대 기동소총연대, 특히 제17대대 2중대의 것으로 분석됐다.
문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 1월4일 이미 우크라이나 무장단체의 '국경 돌파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격퇴할 훈련을 강화할 것을 명령했다. 2월19일엔 "우크라이나군이 장갑차 도착에 앞서 4일간 회랑을 구축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수미주에서 러시아 영토로 최대 80㎞까지 빠르게 밀고 들어갈 계획"이라고 경고한다.
3월 중순에는 우크라이나가 국경을 넘어 공격할 가능성에 대비해 방어선을 강화하고 부대 및 거점 지휘부의 추가 훈련을 조직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그리고 6월 중순 '(러시아) 수드자 장악'이란 우크라이나의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경고가 있었고 이것은 8월 초 현실이 됐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보급로를 차단하기 위해 교량을 파괴할 것이란 예측도 있었는데 이 역시 실제로 일어났다.
아울러 문서엔 우크라이나 정찰 드론을 교란하기 위해 위장 참호와 진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8월6일 우크라이나의 급습에 맥없이 당했고 몇 시간 만에 혼비백산 대피했다. 러시아군은 당시 상황이 긴박해 내부 문서도 파기하지 못한 채 철수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 수백명을 생포했는데, 대다수는 징집병들이었다.
이 외에 문서에는 러시아군이 병사들의 사기 저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내용도 있다.
특히 이 우려는 군 복무로 "장기간 우울증"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진 최전방의 한 병사가 1월2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더욱 심화됐다고 한다.
이에 부대 지휘관들은 "정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거나 비정상적 행동을 보이는 병사를 파악해 군 의료시설로 재배치 또는 이송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병사들의 정치적, 도덕적, 심리적 상태를 유지, 향상하기 위해 하루 5~10분,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씩 정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군인들의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러시아 국영 미디어를 시청하라는 지시도 있었다.
가디언은 문서의 지위 여부를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러시아군 통신의 특징을 갖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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