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측과 총격전에 7명 사상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러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여성인 '와일드베리스' 창업자 타티야나 바칼추크(48)와 그의 남편 블라디슬라프(47)의 이혼 공방이 총격전으로까지 비화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이날 총격전은 모스크바 크렘린궁 맞은편에 위치한 와일드베리스 사옥에서 벌어졌다. 남편인 블라디슬라프가 건장한 남성들을 대동한 채 협상을 하겠다며 사옥을 찾았는데, 로비에서 타티야나 측 경비원들과 충돌이 발생했고 이는 결국 총격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 총격전으로 경비원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도 부상을 입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 현지 매체가 공개한 현장 영상에는 건장한 남성들이 언쟁을 벌이다 그 중 한명이 유리문을 깨기 시작하면서 여러 발의 총성까지 울리는 장면이 담겼다.
남편 블라디슬라프는 러시아 경제 매체 RBC에 창고 건설과 관련한 협상을 위해 동료들과 함께 타티야나의 사무실을 찾았으나 입구에서 경비원의 공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1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타티야나는 이 주장에 대해 즉각 부인하고 나섰다. 그는 텔레그램에 울먹이는 영상을 게재해 두 사람 간 협상은 계획에 없던 일이며, 남편이 회사를 급습하려다 실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그는 "무장한 남성들이 사무실을 급습해 총격전을 일으켰고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죽었다"며 "블라디슬라프, 도대체 뭐하는 행동이냐. 부모님과 아이들을 어떻게 보려고 그래"라고 호소했다.
이어 "와일드베리스 직원은 한 가족"이라며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을 위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수사위원회(RIC)는 이번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타티야나는 결혼 전 성이 '김'인 고려인이다. 육아 휴직 중이던 2004년 창업한 와일드베리스를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로 키운 자수성가 신화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남편인 블라디슬라프와 회사 합병 문제 등을 놓고 지속해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최근 와일드베리스가 러시아 최대 옥외광고 업체인 루스 아웃도어와 합병하는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와일드베리스의 지분은 타티야나가 99%, 블라디슬라프가 1%를 보유하고 있는데 둘 중 블라디슬라프가 합병에 반대한 것이다.
이에 타티야나는 지난 7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고, 블라디슬라프는 이혼의 대가로 와일드베리스의 지분 절반을 요구하고 있다.
와일드베리스는 지난해에만 270억달러(약 35조 8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달성했고, 타티야나의 자산은 81억 달러(약 11조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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