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 주민도 상인도 "명절인지 실감도 잘 안나…"
귀성객 발길 줄어들어 전통시장 추석 특수도 옛말
"자식 손주 다 모여 송편 먹고 성묘했던 예전이 그립다"
[보은=뉴시스] 안성수 기자 = "사느라 바쁜 애들에게 오란 얘기를 뭐하러 해요. 영감이랑 산소 갔다가 먹을거리나 사러 나왔어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을 이틀 앞둔 15일 충북 보은군 한 전통시장. 추석 특수로 북적이던 예년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삼승면에 사는 김모(76·여)씨는 정육점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몇 년 전만 해도 추석 상에 갈비를 올려 손주들을 먹이는 게 기쁨이었던 그였다.
김씨는 "작년 추석과 설에 아들 일이 바빠서 손주들을 못 봤는데 올해도 내려오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면서 "올해는 집에서 영감이랑 먹을 고기만 조금 사려 한다"고 말했다.
시장에 들른 주민들의 지갑은 선뜻 열리지 않고 있다. 물가 부담에 먹을 입마저 줄다 보니 물건들만 연신 들었다 놨다 할 뿐이다.
뜸해진 발길에 상인들의 마음도 무겁다. 심해지고 있는 소비 위축으로 농촌 전통시장 명절 특수란 말은 옛말이 됐다.
정육점 주인 씨는 "곧 추석인데 장에 사람들이 없어 명절 분위기가 안 난다"면서 "단골 손님들이나 좀 오는 분위기라 명절 내 준비한 고기를 다 팔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차례상 단골 손님이었던 나물과 생선도 관심이 뜸하다. 상인들은 "너무 장사가 안돼 명절인지 모를 정도"라며 "오늘 팔지 못하는 물건은 다 버려야 할 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추석이면 귀성객으로 활기를 띠던 농촌 마을은 전에 없이 쓸쓸한 모습이다. 연휴를 혼자 보내게 된 노인들은 버스정류장에 모여 지나가는 차량들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보은읍 금굴리에 사는 서모(73)씨는 "코로나를 거친 후 명절에 고향을 찾는 젊은 사람들이 확실히 줄었다"면서 "마을에 혼자 보낼 예정인 노인들이 절반이 넘어 다같이 경로당에나 있을 예정"이라며 장 본 물건들을 들고 버스에 몸을 실었다.
쉼터에서 만난 주민 윤모(75·여)씨는 "자식 손주 다 모여 송편 먹고 성묘도 했던 예전이 너무 그립다"면 "자식들이 안 오는 걸 알면서도 지나가는 차에 자꾸 눈이 간다"고 씁쓸해했다.
고령 인구 비중이 높은 충북 남부 3군(보은·옥천·영동)의 노인비율은 35~40% 수준이다. 세 지역 내 전입·전출로 인한 인구 이동은 큰 변화가 없으나 인구 자연 감소로만 매년 400~700명이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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