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CEO, 상무부 장관에 "TSMC 의존 과도" 지적
엔비디아 CEO "AI 산업 지속 성장 위해 민관 협력"
[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인텔,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연이어 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추가적인 지원 등 조치를 취할 경우 한국 기업엔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미국 기업들이 과도하게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에 의존하고 있다며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고 CNBC는 전했다.
TSMC는 엔비디아,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줄을 서서 구매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로 찾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은 1위 TSMC가 60%대의 점유율로 독주 체제를 굳힌 가운데 삼성전자가 11%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텔은 올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 10위권에 들지 못했다.
지난 2018년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다가 2021년 재진출한 인텔은 삼성전자를 제치고 '2030 파운드리 2위 달성'을 목표로 야심찬 선언을 했지만 지지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달 초 발표한 2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크게 못 미친 데다 3분기에는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56년 역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다.
인텔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도 꾸준히 제기된다.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의 가장 큰 고객사는 자사인 인텔이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가장 큰 경쟁력은 미국 기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파운드리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역시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황 CEO는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바이든 정부 관리들과 AI 관련 업체가 가진 면담에 참석한 직후 CNBC 하프타임 리포트에 출연해 "우리는 새로운 산업 혁명의 시작에 있다"며 AI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급성장하는 AI산업이 계속 커나가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 기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민관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바이든 정부가 충분한 지원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현 정부는 최대한 많은 지원을 빠르게 하기로 결정했다"고 언급, 미 정부의 추가 지원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한국은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 26조원을 지원하는 등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주로 세제 혜택, 인프라 구축, 연구개발(R&D)·인력 양성 등에 투입하며 직접적인 보조금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재정 여건이나 재원은 효율적으로 써야하기 때문에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할 의사는 갖고 있다"며 "기업이 필요하다면 보조금이 됐든 세제지원이 됐든 검토해야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단 "우리 반도체 산업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재정 보조금이나 직접 보조금을 받아서 생긴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연구개발이나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 지원, 인력 양성 등 지원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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