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수용품 즐비 양동시장, 명절 분위기 '인산인해'
손님들, 가성비 제수용품 찾지만 가격보고 '글쎄'
비아5일장서도 장날 불구 지갑 여는 손길 '머뭇'
상인들 "물가 잡히지 않고선 옛 분위기 못 찾아"
[광주=뉴시스]이영주 김혜인 기자 = "사람 냄새는 반갑지만 주머니 사정은 어렵네요."
민족의 대명절 추석 연휴를 코앞에 앞두고 광주지역 전통시장이 손님들로 붐볐다. 오랜만에 찾아온 장날 대목에 상인들은 있는 힘껏 호객에 나서는 한편 손님들은 고물가 속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팔았다.
11일 오전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은 한때 발디딜 틈 없이 붐비면서 명절이 다가왔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제철 과일들이 소쿠리에 담겨 진열되는가 하면 제삿상에 오를 생선을 다듬는 상인들의 손놀림이 분주했다. 한껏 숙성된 여름 생선 민어는 충혈된 눈을 부릅뜬 채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수용품 가게들은 이날 막바지 택배 접수를 앞두고 홍어를 써느라 여념이 없었다. 두툼하게 썰린 홍어가 재빨리 포장되고 냉장실로 옮겨지는 사이 가게 앞에서는 손님과 주인 사이 흥정이 이뤄졌다.
가게 주인이 1만원 짜리 미국산 홍어 500g 한 팩과 5만원 짜리 전북 군산에서 잡아올린 홍어 500g 한 팩을 보여주자 '칠레산은 없느냐'는 손님의 질문이 돌아왔다. 가게 주인은 냉장고애서 한 팩 3만원짜리 칠레산 홍어를 꺼내면서 '물량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른 추석을 앞두고 서둘러 시장에 나온 황금빛 배와 붉은 빛 홍로가 손님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많은 구매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부터 솟구친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고 그마저도 상태가 좋지 않은 것들이 많아 보인다는 이유다.
청과상 권모(58)씨는 "지난해 5㎏ 한상자 5만원에 받던 사과가 올해도 그대로다. 고점을 찍은 사과값이 내려갈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손님들이 구매를 꺼리는 것 같다"며 "상태가 좋지 않은 과일들이 납품되고 있어 청과상 차원에서 세심하게 고르고 있다"고 토로했다.
같은날 장이 열린 광산구 비아5일장에서도 불경기 여파를 겪는 상인들의 울상이 이어졌다.
특히 명절 대목을 앞둔 수산물 코너는 기후변화 직격탄을 맞았다. 수온 상승으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조기·민어·병어·오징어 가격이 줄줄이 올랐기 때문이다.
상인은 올해 큰 조기가 잡히지 않으면서 냉동 보관해둔 물량을 가판대에 내놓아야 했다. 어물전 주인 이모(73)씨는 "수온이 5도 정도 올라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수산물 시장까지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야채·과일 값 고공행진에 구매 손길도 줄었다. 호객행위에 이끌린 손님들은 '3개에 1만 원' 가격표를 보고 "비싸네"라며 만지작 거리던 사과를 내려놓았다.
상인·손님들은 명절 코앞 사람 냄새는 반갑지만 물가 고공행진으로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어머니와 비아5일장으로 장을 보러 온 김모(46)씨는 "마트보다 가격이 싸서 명절이면 시장을 찾고 있는데 이제는 시장 물가도 많이 올랐다"며 "예산 30만원을 세웠는데 초과할 것 같아 소량구매하고 있다"고 했다.
양동시장에서 어물전을 운영하는 최모(69·여)씨는 "제삿상에 오를 생선들이 씨가 말랐다. 좋은 상품은 서울로 먼저 올라가버리고 가격도 치솟아버리니 시장을 찾는 손님들에게도 미안할 따름"이라며 "단단히 오른 물가가 반드시 잡혀야 예전 분위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한국물가협회가 지난달 22일 공개한 전국 17개 시도 전통시장 내 28개 차례 용품의 품목별 가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4인 기준으로 추석 차례상을 차릴 때 소요되는 비용은 전년대비 9.1% 오른 28만7100원으로 나타났다.
전체 조사 품목 28개 중 23개 품목 가격이 지난해보다 상승했다. 도라지, 고사리, 곶감, 대추, 밤 등은 1년 전보다 20% 이상 가격이 올랐고 수산물과 가공식품 중에선 수입산 동태포(+11.9%), 약과(17.2%), 유과(+21.3%) 등이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물가정보는 지난달 29일 전통시장을 이용해 올해 추석 차례상을 차릴 경우 30만2500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두 기관 모두 30만원 안팎으로 차례상 비용을 예측하는 등 차례상 물가는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