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지스 양념체인 방문해 "분열 끝내고 새로운 길 모색할 때" 강조
트럼프 지지 폭스 뉴스 "미국 최악의 별 볼 일 없는 양념 가게" 논평
댓글창 폭주…펜지스 CEO는 뉴스레터에서 "사악한 폭스…" 강조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20여개 주에 점포를 가진 향신료 전문점 펜지스 스파이시스(Penzys Spices) 상점을 방문한 뒤 공화당원들이 상점 체인을 집중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토론회를 준비하던 중이던 지난 7일 잠시 짬을 내 피츠버그의 향신료 전문점을 방문했다.
그는 펜지스 스파이시스 상점 안에서 기자들에게 “분열을 끝내야 할 때다. 우리나라가 새롭게 나아갈 길을 함께 모색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리스의 기대와는 달리 그의 방문은 국민 통합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상기하는 계기가 됐다.
위스콘신 주에 본사가 있는 펜지스는 강력한 진보적 입장을 펴면서 공개적으로 공화당을 비판해온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사 웹사이트의 “공화당에 대하여”라는 페이지에는 공화당이 지난 반세기 “서서히 몰락”했다면서 공화당 주장은 “난센스”라고 강조하고 있다.
펜지스는 2021년 의회 폭동이 발생한 날을 비꼬는 “1월6일 상자”라는 이름의 양념세트를 판매한다. “희망을 버리지 않고 투표(또는 요리)하게 만드는 맛”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지난달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밀워키의 펜지스 상점은 창문에 “미래의 가짜 유권자를 환영합니다”라고 써붙였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히 지지해온 폭스 뉴스의 주말 프로그램 진행자 레이첼 캄포스-더피가 지난 8일 “피츠버그에 쭈그리고 앉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화합을 강조한다면서 공화당을 조롱하는 것으로 유명한 양념가게를 찾았다”면서 펜지스는 “미국 최악의 별 볼 일 없는 양념가게”라고 말했다.
그러자 공동자인 피트 헥세스도 “해리스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곳을 골랐나 보다. 주인과 직원 모두 100% 진보주의자들이고 트럼프를 싫어하는 곳”이라며 맞장구를 쳤다.
해리스가 방문한 피츠버크의 펜지스 상점에 대한 댓글이 폭주하자 지역 검색 사이트인 옐프(Yelp)가 펜지스 댓글 달기를 막았다.
“공화당원들을 싫어하는 곳이다. 인간이라면 장사를 못하게 막아야 한다. 정말 끔찍하다”는 댓글이 올라오자 펜지스가 5성급이라고 반박하는 글이 따라붙었다. “요리에 대해 잘 아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맞아주는 상점이다. 아무도 어느 당을 지지하는 지를 묻지 않았다”고 썼다.
옐프는 “우리는 어느 한 쪽을 지지하지 않는다. 쇼핑경험이 아닌, 최근 사건과 관련된 글만 올라오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라는 설명을 붙였다.
소비자들에게 자주 이메일 뉴스레터를 보내는 펜지스의 빌 펜지 CEO가 8일 해리스의 피츠버그 상점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사악한 폭스! 자상한 카멀라! 사진들!”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펜지 CEO는 “이 곳에 상점을 낸지 오래지만 우파 언론이 우리를 보이콧하려고 애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게 항의 메일이 폭주하고 있다. 한동안 평소와는 조금 다를 듯하다”고 썼다.
1986년 펜지스를 창업한 펜지 CEO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알리는데 적극적이다.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자 그는 뉴스레터에서 “공화당의 인종차별 공개 수용으로 이 나라에서 수십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최악의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썼다.
2019년 펜지스는 9만2000 달러(약 1억2400만 원)를 들여 트럼프 탄핵을 지지하는 광고를 페이스북에 냈다. 페이스북에 탄핵 관련 광고비를 두 번째로 많이 지불한 회사가 된 것이다. 펜지스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쓴 것은 트럼프 선거 캠프였다.
펜지 CEO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사업에 방해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홈페이지의 “공화당에 대하여” 항목은 공화당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페이지에는 “공화당원들을 기꺼이 손님으로 맞는다. 그러나 폭력, 인종차별, 코로나 거짓말, 기후변화 부정, 민주주의 위협을 받아들인 공화당이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는데 진력이 났다”는 글도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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