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전
동대문 DDP서 12일 개막…'땡땡이 탬버린' 세계관 전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천의 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만다라의 세계'가 시작된다.
촌스러움과 소박함 사이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의 세계관이 펼쳐진다. 일명 '땡땡이' 문양으로 탄생한 '탬버린(tambourine)'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을 전한다. 자연주의와 실용주의로 무장, 결국 '나 다움'으로 사는 법을 알린다.
'일본의 마레메꼬'로 유명한 미나 페르호넨(minä perhonen) 전시가 한국에서 처음 열린다.
2019~2020년 도쿄 현대 미술관에서 열려 14만 명이 관람한 '미나 페르호넨-미나가와 아키라 '츠즈쿠'전 순회전 형식이다. 효고 현립 미술관, 후쿠오카시 미술관, 아오모리 현립 미술관, 대만의 가오슝시 미술관에서 전시된 바 있다.
(주)이음해시태그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뮤지엄 1관에서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을 12일 개막한다.
이음해시태그는 전지현, 서지혜, 설현, 정소민, 윤지온 등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다. 문화창고 대표였던 김선정 대표가 설립, 운영한다. 2020년 세계적인 몰입형 미디어아트 그룹 ‘팀랩(TeamLab)’의 전시를 열었던 회사다. 연예인 매니지먼트사가 전시 영역까지 확대한 이례적인 행보다. 디지털 최첨단 ‘팀랩' 전시 흥행으로 4년 만에 추진한 이번 전시는 '손 맛'이 나는 수공예적인 따뜻함으로 좋은 기억을 선사한다.
미나 페르호넨 디자인 여정: 기억의 순환전…DDP서 개최
30년 간 만든 수많은 옷으로 출발하는 텍스타일 작업 뿐만 아니라 4명의 한국 공예 작가와 협업한 의자, 가구, 조각보 모시발 등을 선보인다. 특히 창립자인 디자이너 미나가와 아키라의 드로잉, 회화, 태피스트리도 만나볼 수 있다. 나무, 꽃, 물결 등 자연의 이미지를 가져온 순수함이 녹아있다.
'다채로운 개성', '100년을 잇는 정성', '기억의 순환'이라는 메시지를 바탕으로, 11개의 전시 공간을 거닐며 미나 페르호넨의 디자인 여정에 함께할 수 있다.
'디자인이 일상에 미치는 영향', '물건에 대한 새로운 시각', '만드는 이와 사용하는 이의 진정성 있는 태도' 등 디자인의 의미와 역할을 재조명한다. 각 전시 공간마다 '씨앗', '싹', '숲' 등의 이름이 붙어 미나 페르호넨의 세계로 안내한다.
전시를 보고 나오면 미나 페르호넨의 '에그 가방', 인형, 러그, 양말, 수건 등을 판매하는 매장도 선보인다. 2025년 2월6일까지. 관람료 1만원~2만원.
‘미나 페르호넨'은?
미나 페르호넨은 핀란드어로 미나(minä)는 ‘나’, 페르호넨(perhonen)은 ‘나비’로 '나비의 아름다운 날개 같은 디자인'을 경쾌하게 만들어 가고 싶다는 뜻을 담고 있다.
텍스타일 디자인을 바탕으로 패브릭, 패션, 식기, 가구, 인테리어 소품 등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으로 확장했다.
대표작은 땡땡이 문양 탬버린(tambourine)
모든 탬버린은 시간과 정성이 깃들어야만 그 아름다움이 완성된다. 5cm 크기에 25개의 점들이 모여 시공간을 아우르는 원형의 세상을 수놓는다. 자수를 놓기 위한 시간 9분 37초, 원단 한 롤에는 6760개의 탬버린이 배열된다.
탬버린 원단 제작을 책임지고 있는 가나가와 레이스 공장의 사토 토시히로는 “도트와 도트 사이의 간격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거나 도트의 크기가 다르다면, 이 원단은 성립되지 않았을 것”라고 전했다. '100년이 지나도 좋은 옷'을 만들고자 하는 철학과 이상이 담겼다.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643종의 새로운 탬버린 디자인을 선보인 이 패턴은 옷을 넘어 가구, 인테리어 소품, 식기 등 다양한 제품으로 확장됐다. 천천히 정성 들여 제품을 생산하는 제작 구조를 추구한다.
텍스타일의 초석이 될 손수 그린 스케치, 유행에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 버리는 천 없이 소재를 소중히 여기는 작업 방식, 자국 내 다양한 분야의 장인과의 협업과 소통 등의 과정을 거쳐 좋은 물건을 제작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애착이 깊어지고, 개인의 삶과 긴밀히 연결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정신이 깃들었다.
미나 페르호넨 설립자 '미나가와 아키라'는?
1967년 도쿄에서 출생한 아키라는 10대 시절에 핀란드와 스웨덴을 여행하면서 그곳의 삶에 녹아 있는 디자인의 관계성에 깊이 매료됐다. 이때의 경험은 아키라의 디자인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수입 가구상을 운영하던 외조부모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북유럽과 이탈리아의 가구를 접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밝고 거침없는 디자인의 핀란드 브랜드 마리메꼬(marimekko)를 알게 됐다.
고교 시절 육상선수를 꿈꾸었으나 부상으로 체육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미대 입시를 위해 화실에 다니던 중, 프랑스에 국립미술고등학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파리로 갔다. 파리의 어학교를 다닐 때, ‘준코 코시노’의 파리 컬렉션을 돕고 있던 여성의 제안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패션을 공부하거나 컬렉션 현장에서 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했고, 패션 업계로 진로를 결정했다.
북유럽의 절제되고 따스한 멋과 일본의 소박한 멋을 추구한 작업을 탄생시켰다. 1995년 '미나’을 설립했고, 1999년에 옆부분이 기린 모양인 의자 ‘지라프 체어’를 발표했다. 이듬해 불규칙적인 입자가 원을 그리며 연속해나가는 자수 문양인 ‘탬버린(tambourine)’을 발표했는데 이후 미나 페르호넨을 상징하는 무늬가 되었다.
2003년 브랜드 이름을 ‘미나 페르호넨(mina perhonen)’으로 변경했다. 손으로 그린 패턴의 텍스타일 디자인에 중점을 두고, 패션, 식기, 패브릭, 가구, 인테리어 소품, 매장 및 숙박 시설 등 일상생활에 통합되는 다양한 디자인 활동에 참여했다. Kvadrat(덴마크), KLIPPAN(스웨덴), GINORI 1735(이탈리아 도자기 라벨)에 디자인을 제공했고, 신문과 잡지 일러스트레이션 작업도 진행했다. 2006년 '마이니치 패션 대상, 2016년 무인양품 ‘POOL 프로젝트’ 감수, 제 66회 예술 선정 문부과학대신 신인상'을 수상했다.
2004년 파리 패션위크에 처음 참가한 이후 '미나 페르호넨' 전시를 이어오고 있다. 2022년 미나 페르호넨의 이야기를 담은 책 '살아가다 일하다 만들다'가 국내에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