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1개월 연속 증가…내수는 주춤
수출 호조세 온기가 내수 전달될 전망
고물가·고금리에 내수 부진 계속 반론도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우리나라 수출이 11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지만 주변에서는 다들 경기가 좋지 않다고 난리다. 수출 온기가 내수로 전달되지 않으면서다.
하지만 내수에 대한 전망은 다소 엇갈린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따른 명목 임금 확대가 민간소비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고물가와 고금리에 소비가 위축되며 한동안 내수가 침체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GDP는 역성장…가계 실질흑자액은 8분기 연속 감소
수출은 11개월 연속 플러스다. 하지만 내수 둔화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물가를 반영한 가계의 실질흑자액은 1.7% 줄어들며 월평균 100만9000원을 기록해 8개 분기 연속 줄었다. 이는 2006년 1인 가구를 포함해 가계동향이 공표된 이래 역대 최장기간 감소다.
지난달 취업자수도 전년동월 대비 12만 3000명 증가하는데 그쳐 증가폭은 7월보다 5만 명 가량 감소했다. 취업자 수 증가는 43개월째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 2월까지 취업자수 증가폭은 30만명 선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둔화 양상이 두드러진다.
정부·한은 "내수 완만한 회복 조짐"
지닌달에 이어 '수출·제조업 중심의 경기 회복'과 그에 따라 완만하게 내수가 회복 조짐을 보인다는 평가를 유지한 것이다. 최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가, 하반기보다는 내년에 내수 소비 증가율이 확대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은도 내수 회복에 대해 확신을 보이긴 마찬가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8월 금통위에서 내수에 대해 "올해 하반기 보너스 지급이 이뤄지면 내수로 연결될 수 있을지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또 "수출 호조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만큼 하반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지난 12일에는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내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기업실적 개선에 힘입은 명목임금 상승률 확대와 디스인플레이션(물가안정) 진전 등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개선되며 점차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고금리 장기화에 이자부담↑…금리 인하 필요 주장도
5대 시중은행의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조9115억원 늘며 2016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불확실한 미국 대선에 기업들의 투자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는 점도 내수 반등 제약 요소다. 반도체 중심 산업구조로 수출 호조가 내수로 이어지는 낙수효과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는 모습"이라며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건설업)도 부진을 지속하며 내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내수를 일으키기 위해 한은이 금리를 진작에 낮췄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실장은 "8월에 금리를 내렸어야 했다"며 내수 진작을 위한 한은의 금리 인하 조치가 늦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낮춰도 큰 폭의 인하가 어렵고, 가계부채와 집값 상승에 따른 통화정책 운용도 불확실하다"면서 "이자 부담과 세금 등에 소비여력이 줄며 내수 부진은 갈수록 심화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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