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확대 정책, 치솟은 서울 아파트값 안정화 효과 '한계'
집값 단기간 상승 피로감 누적·대출 규제 강화…실수요자 '관망'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의 그린벨트(개발제한 구역)를 해제하고, 신규 택지를 조성해 8만 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8·8 주택공급 확대방안 발표 이후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 폭이 전주 대비 축소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매물이 많지 않고, 수요가 꾸준한 역세권과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5일 발표한 9월 첫째 주(2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21% 오르며, 24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 폭은 전주(0.26%) 대비 0.5%포인트 줄었고, 지난달 둘째 주(0.32%) 이후 3주 연속 상승 폭이 축소됐다.
지역별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선호 지역은 매수세가 유지되며 여전히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성동구(0.43%)가 지난주에 이어 주간 상승 폭이 가장 컸고 서초구(0.41%), 광진구(0.32%), 송파구(0.31%), 강남구(0.30%), 마포구(0.30%), 용산구(0.26%) 등의 순으로 높았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선호 지역·단지에 대한 국지적 상승 거래는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며 "다만 대출 여건,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 등으로 매물 소진 속도가 느려지면서 상승 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매수심리도 감소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지난 2일 기준)는 61.5로 전주(67.7) 대비 약 9% 하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KB부동산이 표본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조사해 집계한 수치로,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음을, 100 미만일수록 매도자가 많음을 의미한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8월 ▲첫째 주 66.6 ▲둘째 주 68.8 ▲셋째 주 70.5 등 상승하다, 넷째주 ▲67.7 ▲9월 첫째 주 61.5 등으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정부의 ‘8·8 주택공급대책’ 발표 이후에도 상승하던 매수심리가 전방위적인 대출규제 강화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일시적인 숨고르기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집값이 급등해 피로감이 쌓인 데다,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잠시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1일부터 가산금리를 높이고,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고 있다. 2단계 스트레스 DSR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각각 가산금리 0.75%p(포인트)를 적용하는 규제다. 2단계 규제에서는 은행권의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가산금리 1.2%p(포인트)를 적용한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소득 5000만원 차주가 변동금리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가 3억1500만원에서 2억8700만원으로 2800만원가량 줄어든다. 소득 1억원 차주는 대출 한도가 6억3000만원에서 5억7400만원으로 감소한다.
여기에 조만간 신용대출 한도까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재 연 소득의 150% 수준인 신용대출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고, DSR을 산정할 때도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만기를 더 줄여 전체 대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서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주택 공급 대책의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단기간 급등한 서울 아파트값을 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대출 규제 강화로 전반적으로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됐다"면서도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심리와 주택 공급 부족 우려 등의 영향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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