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주택 평균 6만3610원…1922만 가구, 전기료 증가
한전 "국민 절약 실천으로 증가 수준 우려보단 제한적"
판매 수익 늘었지만 부채 해소 '요원'…제도 개편 고민
[세종=뉴시스]손차민 이승주 기자 = 역대급 폭염에 냉방기기 사용이 증가하면서 지난달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7500원 증가한 6만3610원을 기록했다. 10가구 중 8가구는 전기요금이 전년 동월보다 늘었고, 113만 가구는 5만원 이상 전기료 부담이 급등했다.
주택용 전기 판매 수익이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주요국 대비 절반 수준으로 요금이 저렴해 한국전력공사의 재무 개선에는 실효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9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8월 전기사용량' 설명에 나섰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택용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은 363㎾h(킬로와트시)다. 이에 따른 주택용 평균 전기요금은 6만3610원이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사용량은 30㎾(9%↑), 평균 요금은 7500원(13%↑) 올랐다.
전체 가구 중 76%에 달하는 1922만 가구는 지난해 8월보다 전기요금이 증가했다. 해당 가구들은 평균 1만7000원의 전기요금을 지난해보다 더 내야 한다.
그중 38만 가구(1%)는 전기요금이 10만원 이상 늘었으며, 5만~10만원이 증가한 가구도 75만 가구(3%)에 달했다. 113만 가구가 지난해보다 5만원 이상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전기요금이 3만~5만원 증가한 가구는 126만 가구(5%)였고, 3만원 이하 증가한 가구도 1683만 가구(67%)로 조사됐다.
한편 전기요금이 전년 수준이거나 줄어든 가구도 있었다. 31만 가구(1%)는 전년 동월 수준의 요금을 유지했으나, 569만 가구(23%)는 요금이 줄었다.
한전 관계자는 "역대급 무더위 속에서도 전기 절약을 실천한 국민들의 노력으로 전기요금 증가가 우려했던 수준보단 제한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전기 판매로 거둔 수익은 증가했지만, 한전의 재무 악화 해소를 기대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주택용 전력 판매는 전달보다 38% 증가하며 전체 전력 판매 상승을 견인했다. 전체 평균이 11.3%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8월 주택용 전력 사용이 유독 많았던 것이다. 이를 통해 한전의 지난달 주택용 전기 판매수익은 7월보다 5933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최근 높아진 계통한계가격(SMP)으로 인해 한전의 이익은 크지 않다. SMP는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오는 도매가격이다.
오흥복 한전 기획부사장은 "경영 수지에 도움이 안 되는 게 7~9월에 SMP가 상당히 높았다"며 "140원 중반에서 8월 달에는 150원 초반을 기록하며 예상보다 도매 가격이 굉장히 높아 전력 판매 가격이 높긴 하지만 흑자 등 도움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우리나라 전기요금이 주요국 대비 낮은 수준인 점도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게 한다. 한전이 지난달 평균 사용량(363kWh)을 기준으로 해외 주요국이 실제 납부한 전기요금을 원화로 환산해 비교 분석한 결과, 홍콩(CLP)은 85만1731원, 호주(AuroraEnergy)는 11만7358원으로 우리보다 각각 약 1.3배, 1.8배 더 많이 나왔다.
심지어 일본(동경전력)과 프랑스(EDF)는 13만5625원과 14만8057원으로 우리의 2배를 넘어섰다. 그 중에서도 미국(SCE)은 15만9166원으로 2.5배, 독일(E.on)은 18만3717원으로 2.8배에 달했다.
지난 2021년 2분기부터 누적된 한전의 적자는 2분기 말 기준 41조원이다. 이에 부채 역시 총 202조원(1분기 말 기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이에 정부도 요금 제도를 손 보기 위해 들여다보고 있다. 오 부사장은 "정부와 전기요금 인상 시기와 수준, 요금 제도 개편을 함께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