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반년 넘게 이어지는 의정 갈등 속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잇따라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수면제를 삼켜 의식을 잃은 40대 여성 환자가 40여 곳의 병원을 돌다 끝내 집으로 돌아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치 수면제를 삼켜 의식을 잃은 40대 여성 환자를 이송하게 된 구급대원은 인근 병원에 약물 중독 환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어 수용이 어렵다" "환자 접수가 안 되는 상황" "저희 병원은 안 된다" 등 거절의 답변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는 약물이 소화되기 전 위 세척을 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이송할 병원을 찾지 못해 구급차는 출발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병원에 문의를 했던 구급대원은 보도에서 "'제발 받아라. 환자 좀 받아줘라' 이런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렇게 구급대원의 이송 문의는 1시간30분간 이어졌고, 병원 40곳을 물색해 읍소하듯 환자 수용을 요청했지만 끝내 수용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보호자가 병원 가기를 포기하자, 구급대원은 "집으로 돌아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다음에 만나는 곳이 장례식장일 수도 있다"며 그를 말렸다고 한다.
그러나 여성 환자는 끝내 집으로 돌아가게 됐고, 그 뒤 상태는 알 수 없다고 한다.
의대 입학정원 증원에 대한 반발로 전공의들 집단 사직이 이어지며 시작된 의정 갈등이 이달로 6개월째를 맞으며 현장에선 응급 의료 체계가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사례처럼 응급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아 헤매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의료 공백으로 인한 안타까운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일 부산 기장군 한 축산시설 신축 공사 현장에선 추락 사고를 당한 70대 근로자가 긴급 수술할 의사를 찾지 못해 사고 4시간여 만에 숨을 거뒀다.
5일 광주 조선대학교에서는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채 발견된 대학생이 직선거리로 100m가량인 대학병원 응급실 대신 인접한 다른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중태에 빠졌다. 당시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진은 다른 환자를 처치하고 있어 대학생 이송 가능 여부를 묻는 구급대와 연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의료 공백 사태가 발생한 올해 들어 6월10일까지 119 구급대가 환자를 4차례 이상 재이송한 사례는 전국 17건으로 집계됐다.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16건)과 2022년(10건) 연간 기록을 웃도는 수준이다.
의료 공백에 따른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전국 409개 응급실에 일대일 전담 책임관을 지정하고 진료 차질 가능성이 있는 25곳은 보건복지부가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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