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30개월 아이가 병원 '뺑뺑이'를 돌다가 마취 없이 머리에 3바늘을 꿰맨 사연이 뒤늦게 전해졌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대란이 남의 일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개월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A씨는 "지난 금요일 밤, 아이가 친척 집 소파에서 놀다가 떨어졌다. 뇌진탕은 없는지 살펴보니 혈흔이 살짝 있었다. 낌새가 이상하면 집 근처 세브란스 응급실로 가려고 준비했다"고 운을 뗐다.
다음날 아침,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그는 '딱지가 있어서 출혈은 없지만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한 바늘 정도는 봉합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A씨는 "피가 조금 묻어나오던 게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벌어져서 그런 모양이더라. 근데 영유아는 봉합하려면 상위 병원으로 가야해서 진료의뢰서를 들고 세브란스 응급실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급실에서는 "여기서 봉합 못 한다. 다른 병원 알아봐라. 119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근처에 수용 가능한 병원을 알려준다. 반드시 치료 가능한지부터 먼저 확인하라"며 A씨에게 병원 몇 군데를 소개해 줬다.
그러나 그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병원에서도 거절당하니 걱정이 됐다"며 "일단 세브란스에서 알려준 병원에 갔더니 일반인은 봉합 가능하지만 영유아는 어렵다고 하더라. 이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 앱을 켜서 근처 대학병원부터 일반 병원까지 응급실 있는 곳은 다 전화해 봤다. 90%는 응급실과 통화가 안 된다. 응급환자면 전화 없이 찾아오면 된다는 안내 음성만 귀에 못이 박히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연락이 닿은 병원에서는 '마취과 전문의가 없다' '응급환자가 너무 많다' 등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아내도 119에 전화했는데 똑같이 병원 리스트만 받았다. 아내는 외국인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랬냐'면서 울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는 "예전엔 꿰매는 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는데,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런 것조차 쉽게 안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며 "그 중 의원급 병원에서 가능하면 해주겠다고 하길래 희망이 생겼으나, 막상 가보니 마취과 전문의가 없어서 어렵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에서는 "마취하지 않고 가능하다. 마취를 못해서 아이가 힘들어해도 참고 할 수 있으면 해주겠다. 일단 몇 군데 병원에 연락해 보고 1시간 안에 돌아오면 해줄 테니 그때까지 결정하라"고 전했다.
A씨는 "다시 연락 못한 병원에 연락해 봤지만 수용 가능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결국 마취 없이 꿰매기로 했다. 3바늘을 꿰맸다. 참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울러 A씨는 "말로만 의료대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정말 심각해진 게 느껴졌다"며 "특히 아이들은 의료 공백이 더 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사소한 것도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모두 몸조심하라"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젠 각자도생이다. 약국 가서 비상용 약들 미리 챙겨두길",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다", "지인 아들이 상처가 깊어 병원을 돌아다니는데 병원은 문닫았고 응급실도 안 받아줘서 부천에서 화성까지 갔다 왔다.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닌가. 병원이 잘못된 건가, 정부가 잘못된 건가"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의료대란이 남의 일인 줄 알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개월 아이의 아버지라고 밝힌 A씨는 "지난 금요일 밤, 아이가 친척 집 소파에서 놀다가 떨어졌다. 뇌진탕은 없는지 살펴보니 혈흔이 살짝 있었다. 낌새가 이상하면 집 근처 세브란스 응급실로 가려고 준비했다"고 운을 뗐다.
다음날 아침,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그는 '딱지가 있어서 출혈은 없지만 다시 벌어질 수 있으니 한 바늘 정도는 봉합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A씨는 "피가 조금 묻어나오던 게 아이가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벌어져서 그런 모양이더라. 근데 영유아는 봉합하려면 상위 병원으로 가야해서 진료의뢰서를 들고 세브란스 응급실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급실에서는 "여기서 봉합 못 한다. 다른 병원 알아봐라. 119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근처에 수용 가능한 병원을 알려준다. 반드시 치료 가능한지부터 먼저 확인하라"며 A씨에게 병원 몇 군데를 소개해 줬다.
그러나 그는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병원에서도 거절당하니 걱정이 됐다"며 "일단 세브란스에서 알려준 병원에 갔더니 일반인은 봉합 가능하지만 영유아는 어렵다고 하더라. 이제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 앱을 켜서 근처 대학병원부터 일반 병원까지 응급실 있는 곳은 다 전화해 봤다. 90%는 응급실과 통화가 안 된다. 응급환자면 전화 없이 찾아오면 된다는 안내 음성만 귀에 못이 박히게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연락이 닿은 병원에서는 '마취과 전문의가 없다' '응급환자가 너무 많다' 등 이유로 수용이 어렵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아내도 119에 전화했는데 똑같이 병원 리스트만 받았다. 아내는 외국인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국에 오지 않았다. 한국 의료 시스템이 이랬냐'면서 울기 시작했다"고 적었다.
그는 "예전엔 꿰매는 게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는데, 도대체 이게 뭐라고 이런 것조차 쉽게 안 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며 "그 중 의원급 병원에서 가능하면 해주겠다고 하길래 희망이 생겼으나, 막상 가보니 마취과 전문의가 없어서 어렵겠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에서는 "마취하지 않고 가능하다. 마취를 못해서 아이가 힘들어해도 참고 할 수 있으면 해주겠다. 일단 몇 군데 병원에 연락해 보고 1시간 안에 돌아오면 해줄 테니 그때까지 결정하라"고 전했다.
A씨는 "다시 연락 못한 병원에 연락해 봤지만 수용 가능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결국 마취 없이 꿰매기로 했다. 3바늘을 꿰맸다. 참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했던 게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이 될 줄은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울러 A씨는 "말로만 의료대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 상황이 닥치니 정말 심각해진 게 느껴졌다"며 "특히 아이들은 의료 공백이 더 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사소한 것도 크게 다가올 수 있다. 모두 몸조심하라"고 덧붙였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젠 각자도생이다. 약국 가서 비상용 약들 미리 챙겨두길",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다", "지인 아들이 상처가 깊어 병원을 돌아다니는데 병원은 문닫았고 응급실도 안 받아줘서 부천에서 화성까지 갔다 왔다. 정말 너무 하는 것 아닌가. 병원이 잘못된 건가, 정부가 잘못된 건가" 등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