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상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쟁점
1심, 2012년 대법 판단 기준…원고 패소
2심, 2018년 대법 전합 판결 기준 삼아
피해자 측 "니시마츠건설 판결은 최초"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일제강점기 강제동원으로 노역하다 목숨을 잃은 피해자 유족들이 일본 기업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일부승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김인겸)는 5일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김모씨 등 5명이 일본 니시마츠건설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며 "니시마츠건설은 배모씨에게 2000만원, 김씨 등 4명에게 각 13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판결 직후 피해자 측인 이형준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는 "그동안 주로 일본제철이나 미쓰비시 상대로 했는데 니시마츠건설을 상대로 한 판결은 최초"라며 "니시마츠건설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1심에서는 소멸시효가 도과됐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그러나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때 해소됐기 때문에 그때부터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 2심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김씨는 일제강점기 당시 함경북도 부령군 소재 군수사업체에서 근무하다 광복 전인 1944년 5월 숨졌다. 이후 2019년 6월 유족 측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일본 기업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유족 측은 지난 2018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인정돼야 한다고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0월 이춘식씨 등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위자료 청구권을 인정하는 판결을 냈다.
하지만 일부 일본 기업들은 1965년 한일 협정으로 손해배상 청구권은 소멸했고, 이를 행사할 수 있는 장애사유도 2012년 5월 대법원판결로 해소됐다며 맞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보다 앞선 2012년 5월 대법원은 신일본제철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며 하급심에서 판결 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니시마츠건설 측도 1965년 한국과 일본이 '한일청구권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했다.
1심은 손해배상 청구권 자체는 유지되지만 2012년 대법원판결을 기준으로 기산해 청구권 행사 기간이 지났다고 판단하고 니시마츠건설 측의 손을 들어줬다.
민법 제766조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와 관련해 피해자나 법정대리인이 손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간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씨의 소송은 2019년 6월 제기됐는데 유족 측 주장대로 2018년 10월 전합 판결을 기점으로 하면 3년의 소멸시효가 남아있지만 2012년 5월 대법원 판단을 기준으로는 3년이 지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니시마츠건설은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원고들의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주장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비추어 보면 청구권은 여전히 살아있다"며 "여러 대법원판결 중 어떤 판결이 나온 때로부터 기산해야 하는지가 이 사건 쟁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기환송 한 최초 판결 시를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봤다"며 "이를 기준으로 소멸시효 기간이 이미 지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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