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숙 의원, 전국 의대 40곳 유급방지책 전수조사
자료 낸 37곳 중 1곳만 '미정'…나머지 도입 및 추진
1학기·성적처리 연장 또는 학년제 전환 완료 및 진행
미완 학점 7곳 도입, 4곳 도입 검토…F대신 부여한다
한 대학은 "예과 1학년 출석 미달 제적 적용 않겠다"
의대생 안 돌아와서 효과보단 특혜 시비 제기 우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전국 의과대학 40곳 중 36곳이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들을 위해 1학기 종료 시점 및 성적처리 기간을 미루거나 미룰 예정으로 파악됐다. 한 의대는 총장이 올해 예과 1학년을 아예 '출석일수 부족 제적'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생들에게 출석일수 부족에 따른 낙제(F) 대신 미완(I) 학점을 부여하기로 한 대학도 7곳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고 있어 '편법적 학사 운영'이라는 눈총만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 받은 '2024학년도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른 각 대학별 적용 현황'에 따르면, 자료를 제출한 37곳 중 1곳만 "미정"이라 밝혔고 나머지 36곳은 도입을 마쳤거나 추진 중이다.
교육부가 마련한 '의과대학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은 수업을 거부하던 의대생들이 돌아오면 유급을 당하지 않도록 대학이 적용할 수 있는 특례 지침이다.
이에 따라 1학기 종료 시점을 미뤘거나 조치 중인 의대는 26곳, 학년제로 전환했거나 추진 중인 의대는 12곳, 1학기 성적처리 기간을 미룬 의대는 30곳이었다.
다수 대학이 유급 방지책을 복수로 적용하고 있거나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강 의원이 각 대학이 제출한 내용을 분석한 결과, ▲1학기 연장 ▲학년제 ▲성적처리 연장 어느 하나라도 도입을 마친 대학은 33곳이었다. 나머지 4곳 중 3곳도 세 방식 중 하나를 추진 중이다.
예컨대 1학기 종료 시점을 미루지 않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대학은 2곳인데, 모두 학년제 전환을 마쳤거나 검토 중이다. 학기제를 학년제로 바꾸면 유급을 결정하는 시점이 내년 2월까지 자동적으로 밀리게 된다.
F학점 대신 I학점(미완)을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인 대학은 7곳이다. 다른 4곳도 I학점 도입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I학점은 우선 F를 주지 않고 I로 적고, 추후 보충수업을 들으면 성적을 정정해 주는 것이다.
이처럼 사실상 대부분 의대가 유급 방지책을 마련했으나, 정작 의정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아 '수요 없는 공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대 10곳에서 제출 받은 자료를 보면, 예과 1학년의 수강신청률은 6.2%, 예과 2학년은 7.8%로 극히 저조했다. 등록금 납부를 마친 학부생은 180명으로 재학생 3.8%였다.
의대생들의 복귀를 유도하는 의미가 있다고 해도, 다른 전공 학생들이었다면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조치다. 추후 특혜 시비도 나올 수 있다. 대학들은 이런 조치를 적용하기 위해 학칙에 특례를 두거나 내규를 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학은 의대 학사운영 체제를 다른 학과와 분리하기로 했다. 성적처리를 유보하고 등록금 납부도 미룬 것이다. 또한 예과 1학년 첫 학기에 대해 총장의 결정으로 출석일수 부족 제적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강 의원은 "정부의 무리한 의대 증원에 따라 전국 의대에서는 편법적인 학사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2학기가 개강한 상황에서 의대생들 복귀율이 현저히 낮은데도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하루빨리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서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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