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 도입 검토
물가 상승률에 가입자 수, 기대 여명 등 반영
기금 소진시점 최대 2088년…16년 더 연기돼
"현재도 낮은 급여인데…자동 연금삭감 장치"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매번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을 바꾸지 않고 특정 조건에 따라 자동적으로 조정되는 장치를 도입하기로 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인상분을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결국 받게 되는 돈이 줄어드는 만큼 반발도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4일 연금개혁 정부안을 발표하면서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제도는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정해지면 추가 개혁을 하지 않는 이상 해당 수치의 변동이 없다.
현행 제도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이 9%,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이 40%인데 이를 유지할 경우 2056년에 연금 기금이 소진된다. 소진 시점을 늦추기 위한 방법은 보험료율을 올리거나 소득대체율을 내리는 '모수개혁'이 대표적인데,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해 재정 안정과 소득 보장을 놓고 개혁 과정에서 늘 진통이 반복돼왔다.
이번에 정부가 검토하겠다는 '자동조정장치'는 법 개정과 같은 개혁 과정 없이 인구 구조 변화나 경제 상황 등과 연동해 연금액 또는 수령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제도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했다.
이 같은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 국민연금은 소비자 물가 변동률에 따라 연금액을 매년 조정해 실질 가치를 보전하고 있으나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을 조정하는 장치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복지부는 인상분에 대한 조정만 검토하고 있어 연금 수급액 자체가 깎이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조정은 없다.
예를 들어 물가상승률이 3%이면 100원을 받던 연금수급자는 다음 해에 103원을 받게 되는데,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3% 인상분에 조정률을 반영해 2% 또는 1%만 올려 102원, 101원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최근 3년 평균 국민연금 가입자 수 증감률과 기대여명 증감률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부가 제시한 자동조정장치 활용 세 가지 시나리오를 보면 수지 적자, 수지 적자 5년 전,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이 많아질 때 등이다.
이날 복지부가 제시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 모수개혁안을 적용하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72년이다.
자동조정장치를 수지 적자 때부터 적용하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77년, 수지 적자 5년 전부터 적용하면 2079년이 된다. 보험료 수입보다 급여 지출이 많아질 때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88년이 된다.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만 할 때보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최대 16년 더 늦춰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단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현행 제도 기준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수급액이 감액되기 때문에 반발도 나오고 있다.
가입자 단체 중 하나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홍석환 정책국장은 "자동조정장치라고 하지만 자동연금삭감장치"라고 주장하며 "현재도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급여 수준에서 자동 감액되는 조치는 반대"라고 말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자동조정장치는 보통 연금 지속 가능성, 재정 안정화를 구축한 제도에서 효과가 있는 것인데 결국은 급여 하락을 초래하는 것"이라며 "지금 단계에서는 재정 안정화 조치를 이루는 데 집중하고, 자동조정장치 논의는 이번 논의에서는 포함하지 않는 게 적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소득 보장 수준에 미칠 변화 등을 고려해 충분한 논의와 세밀한 검토를 거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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