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전 비서 일기 보관한 美 스탠퍼드대 “태울까봐 못 돌려준다”

기사등록 2024/09/02 15:24:17

최종수정 2024/09/02 15:32:52

中 “상속법상 부인의 소유” vs 대학 “생전 희망에 따른 기증, 상속과 무관”

대학측 ‘전문 증인’ 페리 린 전 프린스턴대 교수, VOA에 장문의 배경 설명

2006년 무렵의 리루이.(사진 VOA 중문판 캡처) 2024.09.02. *재판매 및 DB 금지
2006년 무렵의 리루이.(사진 VOA 중문판 캡처) 2024.09.0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마오쩌둥 전 주석의 전 비서 리루이가 쓴 일기장을 두고 미 스탠퍼드대와 중국측이 소유권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스탠퍼드대측 ‘전문 증인’인 페리 린 전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중국어판 미국의 소리(VOA)에 소송의 배경에 대해 장문의 의견을 실었다.
 

리루이 일기 반환 소송은 어디까지 왔나

1918년 태어나 2019년 10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리루이는 1935년부터 2018년 사이 중국 공산당의 주요 사건을 일기로 기록했다.

리루이는 1950년대 중반 마오쩌둥의 개인 비서 중 한 명으로 임명되었으나 1959년 루산 회의에서 마오쩌둥의 견해를 비판한 뒤 당에서 제명되고 수년 동안 투옥됐다.  

그는 1989년 6·4 톈안먼 사태 등 민감한 내용을 포함한 일기를 사망 전인 2014년 딸 리난양을 통해 스탠퍼드대에 기증했다. 그는 일기를 기증한 후에도 4년 가량 추가로 작성한 일기도 대학측에 기증했다.

그런데 리루이가 사망한 뒤 베이징에 거주하는 그의 두 번째 부인 장위전이 일기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베이징 법원은 장위전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고 스탠퍼드대에 일기를 돌려주라고 판결했지만 대학측은 판결 이행을 거부했다.

대학측은 공산당 정부를 비판해 온 리루이가 자신의 사후 공산당에 의해 일기장이 폐기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일기장을 스탠퍼드대에 기증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5월 스탠포드대는 리루이의 일기에 대한 장위전의 주장을 철회해 달라고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연방법원에 반소를 제기해 8월 재판이 시작됐다. 빠르면 12월 중 1차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리루이는 왜 일기를 미국 대학에 기증했나 

페리 린 전 교수는 리루이의 일기를 두고 스탠포드대와 중국 공산당 모두 기꺼이 수백만 달러를 지불할 의향이 있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린 전 교수는 대학측 변호사로부터 ‘전문 증인’으로 신청돼 재판에도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소송과 관련된 리루이의 정보에 따르면 1930년대에는 정의, 민주주의, 애국심 등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공산당에 입당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공산당의 말과 행동은 일관되지 않아 리루이가 생각한 이상에서 조금씩 벗어났다. 특히 1959년 대약진 혼란 때는 리루이는 실망하고 슬프고 분노했다.

그는 말년에는 “우리는 평생 공산당을 잘못된 방향으로 따라갔는가?”라는 회의에 빠졌다.

리루이는 2000년경 이후 자신이 죽은 후 일기와 사적인 메시지를 공산당 당국이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일기를 중국 당국이 태워버릴 것을 걱정해 해외에 정착할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사람은 딸 난양이었다.

딸은 아버지의 허락을 받아 중국 공산당의 눈을 피해 몰래 스탠포드대 후버 도서관에 상자 40개를 가져오고 기증 서류를 작성했다.

소유권 주장의 쟁점

중국측 변호사들은 중국 상속법에 따르면 소유권은 리루이의 미망인 장위진에게 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소는 명목상 장위진이 맡고 있다.

린 전 교수는 연금으로 생활하는 94세 여성 장위진이 수백만 달러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할 여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한다. 소송 배후에는 중국 공산당이 있다는 것이다.

스탠포드대측은 리루이가 생전에 기증했기 때문에 상속법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 공산당은 딸이 훔쳤다고 맞서고, 스탠포드측은 리루이의 소원에 따른 것이자 도난 문제가 없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린 전 교수는 밝혔다.

린 전 교수는 리루이의 일기가 공식적인 공산당의 역사를 뒤엎고 있어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일기를 소유해) 이를 은폐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은 왜 리루이 일기 돌려받으려 하나

그는 중국 공산당은 항상 당이 100% 옳다고 믿기 때문에 당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보통 사람도 아니고 마오의 비서를 지낸 리루이같은 인물이 이의를 제기하면 훨씬 더 대처하기 어렵고 극도로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리루이는 1959년 마오의 ‘대약진’을 자연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1989년 톈안먼 사태를 목격한 리루이는 ‘반혁명 폭동 진압’ 대신 일기에 ‘검은 주말’이라고 썼다. 

공산당의 역사를 뒤집는 권위있는 목소리는 중국 공산당에게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이를 은폐하기 위해 많은 돈을 쓸 가치가 있다고 린 전 교수는 주장했다.

스탠퍼드대는 왜 일기를 뺏기지 않으려 하나 

미국 대학 도서관은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희귀 도서’를 소중히 여긴다.

진본은 복제품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모나리자 원본을 소유한 가치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스탠퍼드대가 리루이 일기를 지켜려는 것은 이런 이유 못지 않게 도서관의 신용 문제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소중한 정보를 받아 잘 보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돌려주면 불태워버릴 수도 있는 사람에게 내줄수는 없다는 것이다.

리루이는 스탠포드대가 대만 장제스 전 총통의 일기를 포함해 중국 역사와 관련된 다른 귀중한 자료를 수집했기 때문에 자료 기증을 위해 스탠포드를 선택했다.

또 한가지 이유는 학문적 신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원본을 중국에 보낸 뒤 복사본을 가지고 있어도 중국에서 “우리가 원본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하면 진지한 학자들은 속지 않아도 대다수 중국인을 포함한 일반인들은 속을 것이라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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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전 비서 일기 보관한 美 스탠퍼드대 “태울까봐 못 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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