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인질 사망 서명서 하마스 비난에 주력
협상 통한 휴전 강조…무기 지원 제한 가능성도
트럼프는 맹공격…민주당서도 "새 방향 모색해야"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가자지구에서 미국인을 포함한 인질 6명이 사망한 채 발견되면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의 외교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쟁을 끝내기 위해 이스라엘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온 해리스 후보가 이번 사건으로 무기 지원 제한 등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변화를 줄지 주목된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가 가자지구에 인질로 억류 중 사망한 사실이 알려진 후 낸 성명에서 하마스 비난에 주력했다.
해리스 후보는 "하마스는 사악한 테러 조직"이라며 "하마스가 이스라엘 국민과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미국 시민들에게 가하는 위협은 반드시 제거돼야 하며,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통제할 수 없다"고 강력 비판했다.
해리스 후보는 그간 가자 전쟁 관련 휴전 협상을 통한 인질 석방을 우선하는 바이든 행정부 방침을 유지하면서,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을 제한하는 방안에 대해선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CNN 인터뷰에서도 전쟁을 끝내고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협상을 강조하면서, 무기 등 지원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듭된 노력에도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공전되고 있다.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 등 중재에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돼야 한다며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전쟁이 만 11개월째 이어지면서 가자에 붙잡힌 인질 상당수가 사망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만큼, 인질 6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채 발견되자 이스라엘과 미국에선 분노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이번 사건을 해리스 후보와 바이든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며 즉각 공격에 나섰다.
트럼프 후보는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이번 일은 동지 해리스 부통령과 부정직한 바이든 대통령이 형편없는 지도자이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미국의 힘과 지도력이 완전히 결여돼서 미국 시민을 포함한 인질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과 해리스가) 테러범들이 미국인 생명을 빼앗도록 허락하는 이유는 오직 정적(政敵)을 겨냥해 법무부를 무기화하는 데에만 관심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3년 전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 13명이 사망한 사건도 거론하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이런 테러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대통령 집무실로 돌아가는 날 이 같은 일은 멈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면서 해리스 후보가 이스라엘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3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후보의 국가안보보좌관 필 고든이 가자 전쟁 전부터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 방법에 회의적이었다며, 해리스 후보가 이스라엘 정책 전체를 분석해 효과적인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을 주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미지수지만, 일부 이스라엘 지원에 조건을 부과하는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제시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스라엘 정책을 바꿀 때가 됐다는 비판 목소리가 제기됐다.
로 칸나 민주당 하원의원(캘리포니아)은 이날 NBC 뉴스 '밋 더 프레스'에 출연해 해리스 후보가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에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칸나 의원은 "무조건적인 원조를 하지 않는 건 전례 없는 일이 아니다"라며,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이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이 이스라엘 원조를 중단한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린 전쟁을 끝내기 위해 양측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새로운 정책 방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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