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2010년부터 토론에서 '한 방' 보여줘
트럼프는 엄청난 도전…"약점 만회할 기회"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미국 대선 토론회가 열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상대로 어떤 승부를 보여줄지 주목된다.
31일(현지시각) BBC는 주 법무장관 출마부터 부통령직에 오르기까지 토론이 해리스 후보의 정치 경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조명했다.
주요 토론회를 거치면서 언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하는지, 상대 후보가 자해 공격을 가할 때 언제 방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선거 토론회에서 해리스 후보는 공무원 급여와 연금을 동시에 수령할 수 있는 '더블 딥' 관행 관련 상대 후보가 자기변호를 하도록 내버려두는 방식으로 스스로 무너지도록 했다.
2016년 캘리포니아주 연방 상원의원 토론회에선 상대 후보가 당시 유행하던 춤 동작으로 마무리 발언을 끝내자, 해리스 후보는 잠시 침묵하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후보들 간 분명한 차이가 있네요"라고 찔렀다.
두 사례 모두 토론 무대에서 기회를 보는 안목과 물러나야 할 때를 아는 감각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민주당 전략가 마야 루퍼트는 "해리스 후보는 침묵을 매우 잘 활용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발언권을 확보하는 능숙함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었다. 2020년 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마이크 펜스 당시 공화당 후보가 말을 끊기 시작하자 "부통령님, 제가 말하고 있습니다"라고 끊어내기도 했다.
지난 8일 미시간주 유세 중 친팔레스타인 시위대가 야유를 보낼 때도 "지금은 제가 얘기하겠다"며 "도널드 트럼프 승리를 원하면 그렇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가 말하겠다"고 받아쳤다.
미 전국 유색인종 네트워크 '쉬더피플' 설립자 에이미 앨리슨은 "해리스 후보는 많은 흑인 여성이 효과적으로 사용했던 방법, 즉 자신의 시간을 주장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주장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며 "목소리가 들리고 존중받도록 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토론회는 부통령직을 수행하는 동안 제기된 정치적 메시지 전달 능력 우려와 몇 번의 인터뷰 실수를 만회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해리스 후보는 그간 일관된 정책 의제를 제시하지 못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공화당의 주된 공격 소재 중 하나인 수압파쇄법(프래킹)을 이용한 셰일가스 추출 금지에 대한 입장도 모호하다. 트럼프 후보 측은 해리스 후보가 과거 프래킹을 금지하겠다고 했지만, 대선을 앞두고 입장을 번복했다고 공격하고 있다.
프래킹은 이번 대선 승패를 가를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유권자들은 프래킹에 찬성하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이와 관련 지난 29일 CNN 토론회에서 입장을 번복한 게 아니라며 "내 가치관은 변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BBC는 "아무리 경험이 많은 정치인이라 할지라도 트럼프는 엄청난 도전"이라며 "다가오는 ABC 뉴스 토론은 여론을 반전시킬 가장 큰 기회"라고 전망했다.
해리스 후보와 트럼프 후보의 ABC 주관 토론회는 다음달 10일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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