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7억' 의사 심상덕 진오비 산부인과 원장
과잉 진료 하지 않고 심야엔 무료진료 원칙
"일찍 오면 돈 더든다"는 환자 말에 무료로
가족과 떨어져 혼자 병원에서 살며 진료
"변호사 사무실서 '개인파산 돕겠다' 연락도"
[서울=뉴시스] 이창환 기자 = 30년 넘게 산부인과 진료를 맡고 있는 한 전문의가 7억원 상당의 빚을 지고 있다는 소식이 몇 년 전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낙태시술이나 불필요한 제왕절개 수술 등 돈벌이를 위한 과잉진료는 하지 않는다. 간호사들의 월급이 일부 연체되는 상황 속에서도 심야 무료진료의 원칙은 고수한다. 의사 혼자서 병원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모들의 자연분만을 돕는다. 작은 병원이지만 온라인 상에서는 낮은 진료비와 양심적인 병원 운영에 대한 입소문이 끊이질 않는다.
산부인과 전문의 심상덕(64) 원장의 이야기다. 그는 1986년 서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다 개인병원을 개업했다. 현재는 서울 마포에서 진오비 산부인과를 운영하고 있다. '진오비 산부인과'라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라이브 상담도 진행한다.
앞서 심 원장은 2019년 11월께 KBS '다큐 공감'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소위 '돈 잘 버는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의사가 수억원의 빚더미 위에 올랐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병원 운영 원칙을 지켜가는 모습도 생소하게 느껴졌다.
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시대. 산부인과는 병원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필수 진료과'지만 의대생들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기피과 중 하나가 됐다. 힘들고, 위험 부담이 크고, 개원해서 큰 돈을 벌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잉 진료에 매달리는 의사도 적지 않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심 원장의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과서적인 진료도, 어려운 병원 상황도 그대로다.
병원 분만실 옆방에 365일 상주하고 있는 심 원장은 한 달에 10명가량 아이의 탄생을 돕고 있다. 한 명의 분만 의사로 운영되는 까닭에, 출산이 임박한 산모가 방문할 경우 그의 수면 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례로 새벽 1시께 환자가 내원한 지난 주말 심 원장은 하루 한 시간밖에 잠에 들 수 없었다. 한 손에서 에너지 드링크를 놓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빚 규모도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애초 그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삼성의료원 산부인과에 자리를 잡았지만 '갑갑함'을 이유로 11개월 만에 퇴사했다고 한다. 이후 서울 은평·서대문구 등 지역에서 동료 의사들과 동업을 하기도 했으나, 7년 전께부터는 홀로 이 병원을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마음이 맞는 동료들과 '진오비'라는 의사회를 꾸려 산부인과 이미지·제도 개선 등에 힘쓰기도 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현실에 낙담한 당시 함께 활동했던 이들 중 3분의1 가량이 성형외과·피부과 등 소위 '인기과'로 전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7억원에 달하는 빚이 쌓인 데 대해선 ▲배상 보험 및 합의금 ▲의료 분쟁 리스크 ▲저출산 여파 등을 원인으로 거론했다.
심 원장은 배상 보험 가격이 다른 과에 비해 높고, 자주 발생하지 않지만 배상액이 큰 의료 분쟁이 산부인과에서 일어날 위험이 높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과거 낮게 책정된 산부인과 의료 수가에, 저조한 출산율이 이어지면서 많은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담만 나누거나, 심야에 방문하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제공하는 자신의 철칙은 고수 중이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대학 동기다. 심 원장은 의대 동기들 사이에서도 '고지식하다'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개업은 안 의원의 정치 도전과 함께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꼽힌다고.
앞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한 변호사 사무실로부터 '개인 파산을 도와드릴 수 있다'는 연락까지 받았다는 심 원장. 뉴시스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진오비 산부인과에서 그를 만나 일부러 힘들고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이유에 대해 들어봤다.
"대형병원 근무, 맞지 않은 갑옷 입은 느낌"
-처음 삼성의료원에서 11개월 정도 근무하셨는데 그만두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첫째 업무 강도가 너무 높았어요, 분만 의사는 수명이 짧아요 제한이 있는데. 아침 6~7시에 출근해서 오후 11~12시 퇴근했어요. 두 번째는 대형병원이다 보니 회사하고 똑같아요. 사실 필요 없는 것(검진 항목)들이 많은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 한 거죠. 어쨌든 그런 것들이 많고 해서 뭔가 굉장히 갑갑한 나한테 잘 안 맞는 옷을 입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가고 싶은 길도 아니고 정해진 길로 가야 돼서 굉장히 갑갑했습니다."
-퇴사하실 당시에는 결혼하신 상태였나요.
"결혼을 일찍 했어요. 아이들도 셋이나 있고 돈을 벌어야 되는데, 가진 재산도 없는데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과로로 인해) 가면 남겨진 가족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서 개업해서 돈이나 많이 벌어야겠다 한 거죠. 개업 체질은 사실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희 동기가 안철수(의원)입니다. 동교 동창인데 그 얘기를 왜 하냐면 저희 동기들 사이에 '참 의아하다' '이해가 잘 안 간다고 하는 게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제가 개업한 것이에요, '쟤는 도저히 개업 스타일이 아니야' '장사 소질이 없다'고. 워낙 고지식하고 이래서 '대학의 교수나 하면 모를까'(이런 식이죠). (그리고) 안철수가 정치한다는 게 (또 다른) 의외였어요."
-앞전에 출연한 방송에서 7억 빚이 있는 의사로 이슈가 됐었습니다.
"(빚 규모는 그때와) 거의 비슷합니다. 사실 빚 있는 의사들이 많고, 의사 아니고도 빚 있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잖아요. 빚이 많은 게 뭐 별로 자랑할 만한 일도 아니고 이슈가 될 만한 게 아닌데, 산부인과 의사 하면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하는데 빚이 많다고 하니까 궁금하셔서 주목을 받은 것 같아요. 별로 그렇게 특별한 것도 아니죠. 물론 부자긴 합니다, 빚도 자산에 들어가니까요."
"각 과별로 배상 보험이라는 걸 들어요. 산부인과가 (내는 금액이) 톱이잖아요, 1년에 내는 최고액이 1100만원이에요. 산부인과를 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분쟁에 대한 위험이에요. (분쟁으로 가서 배상액이 큰) 케이스가 잦진 않다고 하는데, (그) 많지 않은 경우들이 산부인과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제가 방송 나갔을 때 제일 먼저 걸려온 전화가 변호사 사무실이었어요. '저희가 개인 파산하는 것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그러니까 파산 신청을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일단은 자존심이 있지, '나 망했어' 이렇게 하는 게 좀 창피하잖아요."
"한밤중 진료나 상담만 한 경우엔 돈 안 받아"
-병원이 적자인 상황에서도 검사비를 받지 않으셨었다고요.
"무료 진료 중에 하나가 한밤중에 오셨을 때에요. 원래 밤에 오시면 진찰, 처치에 대해서 저는 안 받아요. 오래 전에 어떤 경험이 있었냐면 한 산모가 아침 6~7시에 거의 아기를 오다 낳을 만한 상태로 오셨어요. 그때 '이렇게 늦게 오시면 어떡하냐' 그랬더니 '일찍 오면 입원료가 하루 더 나간다든가 돈이 걱정돼서 이 시간에 왔다'고 하셨어요. 그 얘길 듣고 돈 때문에 적기에 진료를 못 받는 건 없어져야겠다 싶어서 걱정말고 오시라는 의미로 하고 있어요. (또) 저희는 말만 하고 가시는 분들에 대해선 (진료비를) 안 받아요."
-여전히 이 병원에서 거주하고 계신가요.
"네 3층 분만실 옆방이 하나 비어서 거기서 살고 있어요, 한 7~8년 된 것 같은데 그때부터는 365일 24시간 여기 살면서 가족하고 뚝 떨어져서 살고 있습니다. 집사람한테는 굉장히 좋은 일이죠. 떨어져서 사는 덕분에 자기가 '숨 쉬면서 산다'고 하더라고요."
-2018년 3월께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래 전 병원 홈페이지에서 라이브 방송을 한 적 이있습니다. 음악을 틀고 의료 상담을 간간이 하면서 운영했어요. 유튜브 라이브와 유사하다는 걸 알고 있던 산모분들께서 적극 권해주셔서 하게 됐습니다."
-앞전에 '진오비'라는 모임을 운영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외래만 잠깐 할 당시 다른 대학 출신 동료분들과 뜻이 맞아 '진오비'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산부인과 의사 이미지가 별로 안 좋았어요. '돈밖에 모르고 공부도 못한다' 이런 편이었는데, 이미지도 개선하고 낙태 수술 같은 것도 좀 하지 말고 운영이 잘 되게끔 제도를 바꾸기 위해 스스로 바꿔 나가보자 했었습니다. 주로 젊은 산부인과 의사들 600명 정도가 참여했었는데 나중에는 '안 되는구나' 하고 200명 정도인가가 성형외과, 피부과로 전과했습니다."
※2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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