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서 6개 공인 종교 대표들과 ‘종교간 대화’
모스크와 성당의 지하 통로 지나 화합 상징하는 일정도
2∼13일 인니,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 순방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음달 2일부터 아시아 4개국 순방에 나서는 가운데 첫 방문지는 인도네시아의 이스티클랄 모스크라고 AP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가톨릭교회의 수장이 이슬람 사원을 첫 방문지로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AP 통신은 종교적 관용이 도전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교황은 인도네시아에서 공식으로 인정받은 6개 종교 대표자들과 종교간 회의를 가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교황이 대표를 만나는 6개 종교는 이슬람, 불교, 유교, 힌두교, 가톨릭, 개신교 등이다.
인도네시아는 천주교와 개신교를 별도의 종교로 인정한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 8000만 여명 중 약 87%가 무슬림이지만 필리핀과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세 번째로 많은 기독교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가톨릭은 전체 인구의 2.9%다.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이스티클랄 모스크는 동남아에서 가장 크다.
아랍어로 ‘독립’을 뜻하는 모스크의 이름은 거의 350년 동안 이 나라를 통치했던 네덜란드 식민지 개척자들과의 싸움을 끊임없이 상기시켜 준다.
모스크 맞은편에는 자카르타에 있는 로마 가톨릭 신고딕 양식의 성모 승천성당이 있다. 모스크와 성당이 가까이 있는 것은 두 종교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모스크와 성당은 ‘우정의 터널’로 알려진 지하도로 연결되어 있다. 길이는 약 28m로 종교적 관용을 상징하기 위해 악수하는 제스처를 본떠 만들어졌다.
교황은 이번 방문기간 중 이곳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티클랄 모스크의 이맘 나사루딘 우마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방문의 첫 번째 목적지로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것은 무슬림 공동체를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환영을 나타냈다.
그는 또한 교황의 방문을 “종교 공동체간 공통점을 논의하고 종교, 민족, 신념 간의 공통점을 강조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마르는 인도네시아와 같은 점점 더 다원화된 사회가 종교적 관용 측면에서 더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우리는 신 아래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지난 수 년 동안 온건한 무슬림 국가로서의 인식은 훼손됐다.
2016년 신성모독 혐의로 자카르타의 기독교 주지사가 투옥되었고, 이슬람 샤리아법을 시행하는 아체 주에서 동성연애 남성을 매로 때리는 등 극심한 편협함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종교적 소수자에 대한 폭력 사례도 보고되었고 일부 종교 단체는 예배 장소가 건축 허가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에 계획되었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연기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음달 2∼13일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순방한다.
교황은 9월 2일 이탈리아 로마를 출발해 3∼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6∼9일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 9∼11일 동티모르 딜리, 11∼13일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12일간의 일정은 교황의 올해 첫 해외 순방이자 재임 기간 11년 중 가장 긴 여정이다. 보행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있는 교황으로서는 빡빡한 일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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