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첫달, 4차례 사고로 처리비용 부담에 세상 등져
업무상재해 인정, 유족급여·장의비 지급기준 '평균임금' 쟁점
1심은 "처분 적법"…2심 "산정 시점·근로관계 전제 잘못, 위법"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업무 중 잇따른 교통사고의 처리 비용을 고민하다 숨져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관련, 배우자가 유족 급여액 산정 관련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산업재해로 인정한 근로복지공단이 유족 급여 지급에 앞서 산정한 평균임금 기준을 두고 1심은 공단 측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양영희 고법수석판사)는 시내버스 운전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 등 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취소했다고 22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원고인 유족에 대해 내린 평균임금 정정 불승인·보험급여 차액 부지급 등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 1심과 달리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A씨는 2019년 6월 전남 모 운수업체 시내버스 운전원으로 입사해 기간제 근로자로 일하다 2021년 6월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러나 정규직 첫 달인 6월 9일부터 11일 사이 사흘 사이 4차례 크고작은 운행 중 사고를 냈다.
인사 불이익을 우려한 A씨는 사고 피해를 보험 처리하지 않고 사비로 보상하려다, 같은 달 12일부터 무단 결근한 채 가출했다. 일주일여 뒤 A씨는 모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경찰은 극단 선택으로 스스로 생을 마친 것으로 결론내렸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그러면서 유족 급여·장의비는 정규직 전환일부터 사망 전날까지 근무한 17일 중 무단결근 기간을 뺀 임금액의 하루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결정했다. 유족 측 이의 제기로 공단은 2021년 당시 통상임금에 따라 기준을 재산정, 당초보다 많은 유족급여·장의비를 최종 지급했다.
A씨의 배우자는 불복해 재심사를 청구했으나 번번이 기각되자, 이번 소송을 냈다.
원고 측인 배우자는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은 업무상 스트레스로 연락을 끊고 가출한 날로 산정해야 한다", "결근이 아니라 업무상 질병 등으로 요양하고자 휴업한 기간으로 봐야 한다", "기간제 근무기간까지 포함해 평균임금을 재산정해야 한다" 등의 주장을 했다.
앞선 1심은 "근로복지공단 측의 A씨의 평균임금 산정 처분은 적법하다. 평균임금 산정 사유는 A씨의 사망일에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유족 측 주장대로 기간제 근로 종료와 동시에 새롭게 정규직 전환 계약을 맺은 사실은 인정된다. 다만 사망일로부터 3개월 전 임금 합계액의 평균임금을 산출했을 때, 공단 측 기존 산정치보다 낮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서 잇따른 업무상 사고와 그 처리 과정에서 사측 방침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했고, 사고 처리 비용에 대한 경제적 압박으로 극도의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 인식 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상태에서 가출했고, 이후 숨진 사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이어 "업무상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사유로 근로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해 임금을 받지 못한 결근 기간을 기초로 평균임금을 산정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A씨가 업무상 사유로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뚜렷하게 낮아진 날(첫 결근일 2021년 6월12일)을 산정 기준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 "계약직 기간 중에도 비슷한 급여를 받으며 동일하게 버스 운전원으로 일한 사실이 인정된다. 기간제와 정규직 근로기간을 통틀어 실질적으로 하나의 근로관계가 계속된 것으로 봐야 한다. 이같은 전제와 다르게 산정한 근로복지공단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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