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취재진 질문에 얼굴 가린 채 '침묵'
경찰, 사전 폭발물 준비…계획 범행에 무게
[광주=뉴시스]박기웅 기자 = 치료에 불만을 품고 광주 한 치과병원에 폭발물 방화를 저지른 70대가 구속됐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4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를 받고 있는 A(78)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2일 오후 1시7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상가 건물 내 3층 치과병원 출입문 안으로 인화성 폭발물 더미를 밀어 넣은 뒤 라이터로 불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병원 안에는 폭발과 함께 불길이 일었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서 9분 만에 꺼졌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 시민 95명이 긴급 대피했고 소방서 추산 140여만 원의 피해가 났다.
A씨는 치아에 보철물(크라운)을 씌우는 치료 도중 염증·통증이 생기자 병원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직후 현장을 황급히 떠났던 A씨는 범행 2시간여 만에 광산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A씨는 경찰에 "통증이 심하고 아팠는데도 병원은 재시술·환불을 권유하니 화가 났다. 병원에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다치게 할 목적으로 인명 피해를 낼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며칠 전부터 폭발물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이달 중순께 광주 광산구 한 마트에서 부탄가스를 구입했고, 당일 오전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샀다.
이후 자택으로 돌아와 종이 상자 안에 부탄가스 4개 등 인화물질을 묶어 포장하는 형태의 폭발물을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A씨는 "혐의를 시인하느냐" "치과의 환불·재시술을 제안을 왜 수용하지 않았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심사를 마친 뒤에도 A씨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황급히 경찰 호송차에 올라탔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한 상태에서 정확한 사건 경위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