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째 치아 보철 치료 중 염증 생기자 병원 '앙심'
부탄가스 구입 등 사전 계획 정황…술 마시고 범행
"분풀이였을 뿐, 살상 의도 없었다"…구속영장 신청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광주 한 치과병원에 폭발물 방화를 저지른 70대가 보철치료 중 염증이 생긴 데 앙심을 품고 치밀한 계획 하에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3일 치과병원 출입문에 폭발물을 두고 불 지른 혐의(현주건조물방화)를 받는 A(7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A씨는 전날 오후 1시7분께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상가 건물 내 3층 치과병원 출입문 안으로 인화성 폭발물 더미를 밀어 넣은 뒤 라이터로 불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직후 병원 안에는 폭발과 함께 불길이 일었으나 스프링클러가 작동되면서 9분 만에 꺼졌다. 실내가 타거나 그을리면서 소방서 추산 140여만 원의 피해가 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내 시민 95명이 긴급 대피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치아에 보철물(크라운)을 씌우는 치료 도중 염증·통증이 생기자 병원에 앙심을 품고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지난달 중순부터 이른바 '크라운 치료'를 5차례 받았으나 염증이 생기자 최근 치과에 항의했다. 이에 병원 측은 재시술과 환불을 해주겠다고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A씨는 범행 하루 전인 지난 21일 외래진료 예약이 있었으나 내원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며칠 전부터 폭발물을 준비한 것으로 파악, 계획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A씨는 이달 중순께 광주 광산구 한 마트에서 부탄가스를 구입했고, 당일 오전에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샀다. 이후 자택으로 돌아와 종이 상자 안에 부탄가스 4개 등 인화물질을 묶어 포장하는 형태의 폭발물을 만들었다.
각종 인화물질을 택배 상자처럼 보이게 끔 상자 안에 담아 놓고 고정한 형태에 불과, A씨가 스스로 생각해서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폭발물 관련 지식이나 경험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범행에 앞서 당일 오전 A씨는 소주 1병 가량을 마신 뒤 택배 배송 기사 행세를 하며 치과병원을 찾았다.
병원 출입문 안으로 폭발물을 밀어넣고 불을 붙인 뒤 황급히 떠난 A씨는 광산경찰서 주변 식당에 들러 또다시 술을 마셨으며 그 길로 경찰서에 찾아가 자수, 검거됐다. 범행 2시간여 만이었다.
A씨는 경찰에 "통증이 심하고 아팠는데도 병원은 재시술·환불을 권유하니 화가 났다. 병원에 분풀이를 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살해하거나 다치게 할 목적으로 인명 피해를 낼 의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병원에 해코지하는 방식 치고는 과격하고 극단적인 범행을 저지른 이유에 대해선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눈에 띄는 형사처벌 전력이나 정신질환 치료 이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저지른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날 오후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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