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에서 날 알아주는 사람들 만났다"…뮤지컬 배우 오지연의 눈물[인터뷰②]

기사등록 2024/08/26 09:00:00

최종수정 2024/08/26 09:25:32

뮤지컬 배우 출신 크리에이터 '젼언니' 인터뷰

가족들 영향 받아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 꿈꿔

"죽도록 연습 매달렸지만 인간 관계엔 미숙했다"

"틱톡은 누구나 자신의 매력 표현할 수 있는 곳"

"팬들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뮤지컬 복귀 준비"

크리에이터 젼언니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 오피스에서 튜브가이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8.26 *재판매 및 DB 금지
크리에이터 젼언니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틱톡코리아 오피스에서 튜브가이드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8.26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크리에이터 젼언니(오지연)는 팬들에 대한 얘기를 하던 중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열심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다. 유일하게 팬들이 저를 인정해줬다. 그래서 제가 팬들을 너무 사랑한다."는 말에서 '불행한'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16년의 회한과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그는 음악·연기와 가까울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주몽' '별은 내 가슴에' '베스트 극장' 등 수많은 드라마에 참여했던 유명 음악감독 오진우씨다. 또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인 고모와 고모부인 배우 천호진씨의 영향도 받았다.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오르는 삶을 꿈꾸며 살았다.

하지만 뮤지컬 배우로 사는건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 체중 관리를 위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연습으로 극복해내는 '악바리'였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엔 항상 서툴렀다. 십수년간 출연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연기에 매달렸지만 자신의 재능과 노력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채 무대에서 내려왔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는 유명 영화 대사처럼, 생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실망감을 주기도, 기쁨을 주기도 한다. 젼언니의 초콜릿 상자도 그랬다. 악몽과 같은 기억으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리던 그는 아버지의 권유로 틱톡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 곳은 지금까지 쌓아온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무대였다. 새로운 디저트를 알리고 푸드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크리에이터 '젼언니'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을 우리나라에 알려 '붐'을 일으킨 젼언니는 다른 새로운 디저트를 팬들에게 소개할 생각에 분주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번에 준비한 아이템은 맛은 물론 시각적 즐거움까지 줄 수 있는 '스웨덴 젤리'라고 귀띔했다.

뮤지컬 무대로 다시 돌아갈 생각도 놓지 않고 있다.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그는 이제 사람들을 대하는 게 두렵지 않을 정도로 여유롭고 단단해졌다.

젼언니는 "사람이 무서웠지 무대는 그대로다. 나는 이제 많이 변했다. 누구와도 웃으면서 잘 지낼 수 있고, 너그럽게 모든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생겼다. 이제는 정말 두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크리에이터 젼언니의 부캐(부캐릭터)인 '야매 아줌마'(사진 : 젼언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크리에이터 젼언니의 부캐(부캐릭터)인 '야매 아줌마'(사진 : 젼언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뮤지컬은 내 인생 전부였지만…우울증·공황장애 생길 정도로 힘들었다"

-뮤지컬 배우 시절 얘기를 해보고싶은데요. 어떻게 배우가 되셨나요?

"사실 제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뮤지컬을 너무 하고 싶었어요. 저희 고모부가 배우 천호진씨거든요 고모도 뮤지컬 배우시고요. 그걸 보고 자랐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그런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어요. 대학교 시험을 다 떨어져서 유학을 가려고 할 때 고모가 뮤지컬 오디션을 한번 보라고 하셨어요. '드라큘라라'라는 뮤지컬 오디션을 보러갔어요. 하지만 저는 그 때 아무 것도 배운 게 없었고, 아무것도 할 줄 아는게 없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레오타드를 입고 멋있게 서서 뮤지컬 노래를 부르는데, 저는 정장을 입고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 같은 노래를 준비해 갔거든요. 그래서 제 이름을 부르실 때 도망 나왔어요. 혜화에서 강남까지 걸어오면서 대학교에 가기로 마음먹었고요. 그 때부터는 정말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한 트레이닝을 꾸준히 했어요."

-아버지가 틱톡을 해보라고 추천해주실 정도면 평범하신 분은 아닌 것 같은데요. 혹시 아버지도 예술인이신가요?

"아버지는 주몽, 별은 내 가슴에, 베스트극장 등의 드라마에 참여하신 음악감독이셨어요. 방송국에 오래 계시다보니 저한테 되게 냉정하세요. 그래서 제가 뭘 해야하는지, 어떤게 부족한지 세세하게 지적해 주세요. 아버지도 유튜브나 틱톡에서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하시는데 제가 더 잘 되면 아버지가 하시고 싶어 하는 판타지적인 드라마들을 한 번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른 인터뷰에서 본인이 뮤지컬 배우로서 재능이 부족했다고 언급하신걸 봤어요. 본인의 뮤지컬 배우 경력은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실력이 부족했던 것도 있죠. 사실 제가 목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한 편이라서, 웬만한 주인공처럼 하이 소프라노로 때리질 못했어요. 그래서 메조 소프라노나 알토를 왔다갔다하는 역할들 위주로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었죠. 그런데 제가 늘 배우로서 자질이 없다고 느꼈던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거였어요. 사람들과 잘 지내고 잘 소통하는 것도 배우의 자질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그게 부족했어요. 너무 성공하고 싶으니까 연습만 한거에요."

"또 무대에서 누가 실수를 하면 선배로서 너그럽게 넘어가줘도 되는데 전 그걸 못견뎠어요. 나는 너무 열심히 했으니까. 그런 완벽주의적 성향이 좀 있었죠. 외모도 차갑게 생겼는데 연습실이나 분장실에서 웃지도 않죠. 그래서 후배들이 저를 굉장히 무서워 했어요. 배우로서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 좀 후회가 되죠. 오히려 지금은 그런 부분들을 반성하고 깨닫고 나니까 크리에이터 생활에는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연기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레슨을 받으셨다는 말씀도 하셨어요. 이 부분은 어떻게 극복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굉장히 관찰을 많이 했고,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늘 있긴 했어요. 그런데 제가 2006년에 로미오와 줄리엣 유모로 오디션을 봤는데 줄리엣이 됐어요. 유모는 잘 할 수 있는데 어릴 때부터 줄리엣을 하려니까 너무 힘든거에요. 그리고 제 성격이 줄리엣이랑 정 반대니까 매일 악플에 시달렸어요. 제가 그 정도로 연기를 못하는지 몰랐어요. '줄리엣이 예쁘면 됐지' 이런 거만한 생각으로 무대에 서니까 당연히 악플이 달리죠."

"그렇게 연기가 정말 중요하다는걸 깨닫게 되면서 석 달 동안 30만원도 못 받는 연극판으로 들어갔어요. 가족적인 분위기다 보니까 되게 많은 조언을 들었지만 그걸로도 채워지지 않아서 연기 스승님을 만나게 됐어요. 그 분은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거의 페르소나(분신)처럼 지도해 주셨어요. '여기서 호흡을 딱 꺽어봐'라고 한 걸 다음날 무대에 가서 하면 신기하게도 기립박수를 받았어요. 그 언니도 약간 미쳤었고 저도 미쳤었어요. '배우는 사람 아니다. 자지 말고 먹지도 마. 연기만 해' 이런 정도였어요. 그렇게 한 몇 년을 하다보니까 이젠 대본을 보면 '이런 마음이겠구나', '이런 테크닉을 쓰면 좋아하겠구나' 이런 것들이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아요. 그래도 연기라는건 매번 할 때마다 어려워요."

-뮤지컬 배우 시절에 힘들었던 일도 많았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힘든 일이 있었나요?

"말도 못하죠. 저는 뮤지컬과 연기가 제 인생의 전부였던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열심히 했어요. 거의 8개월 동안 아침에 2회, 저녁에 2회, 총 4회 공연을 했으면 엄청난 체력을 요구하거든요. 그것도 주인공으로요. 그런데도 페이를 계속 못 받았어요. 몇 년 간 계속 끌려다니면서 페이를 못 받는게 부지기수였죠. 사실 돈 못 받는건 괜찮았어요. 걸어다니면 되니까. 그런데 그런 와중에 어떤 대표님을 만나서 나쁜 일을 겪고 너무 힘들었어요. 공황장애가 오기 시작하고 우울증이 극도로 심해서 매일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왜냐하면 어릴 때부터 제 꿈이 날아간 거잖아요."





"팬들이 내 상처 치유…이젠 사람들 대할 자신 생겼다"

-이젠 크리에이터라는 제2의 인생을 사시고 계십니다. 소감은 어떠신가요? 그리고 다시 무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없는지도 궁금합니다.

"사실은 그런 생각을 했어요. 나를 써주는 데가 없으면 내가 유명해져서 다시 돌아가겠다. 나를 쓸 수 밖에 없게. 왜냐하면 제가 뮤지컬로 다시 돌아가고 싶을 때, 저는 무명이고 티켓 파워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난 나중에 나이를 먹어서도 박해미 선배님, 박준면 선배님, 정영주 선배님처럼 무대에서 빛을 발할 수 있게끔 틱톡을 하면서 계속 트레이닝을 할 거고, 언젠가 다시 무대에 돌아갈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팬분들 중에서도 무대에 서는걸 너무 보고 싶다는 분들도 많아요. 이번에 한 번 도전을 해보려고 했어요. 제가 빨래라는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오디션을 보려고 했어요. 주인 할머니 역할이나 희정 엄마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올해만 딱 오디션을 안보신대요. 그래서 내년에 한 번 빨래에 도전해 보려고 해요"

-아픔을 많이 겪으셨지만 뮤지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건 아니군요.

"네 그럼요. 사람이 무서웠지 무대는 그대로이고, 저는 이제 많이 변했으니까요. 이제는 누구와도 웃으면서 잘 지낼 수 있고, 너그럽게 모든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크리에이터를 하면서 생겼어요. 이제는 정말 두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크리에이터는 혼자 일하는 직업이잖아요. 사람을 대하는게 더 편해질 정도로 성격이 바뀌었다니까 신기하네요.

"네. 오히려 폐쇄적으로 변할 수도 있는데, 저는 정말 반대로 치유가 많이 된 것 같아요. 그게 제 팬들 덕분이에요. 이제까지 열심히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유일하게 팬들이 저를 인정해줬어요. 그래서 제가 팬들을 너무 사랑해요.(울음)"

"제일 감사해요. 팬들은 열심히 하면 열심히 한 만큼 저를 사랑해 주거든요. 얼마 전 행사에서 팬미팅을 할 때도 젼언니 팬들이 제일 많이 온 거예요. 팔로워 수로는 제가 많이 않은 편이었는데, (팬들이) 2시간 반을 꼬박 저를 보면서 편지를 써서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힘들 때부터, 제가 아주 팔로우가 없을 때부터 꾸준히 같이 해온 팬들이이에요. 제 아픔을 같이 나누는 친구들이라서 그들을 위해서는 사실 제가 행복해져야 된다고 생각을 해요."

"얼마 전에 제가 누굴 따라한다는 악플이 달릴때 진짜 고통스러웠어요. 연기 욕심 많은 배우가 누구를 따라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얼마나 수치스러워요. 그래서 예전 오지연의 모습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거에요. 그런데 팬들을 생각했죠. 이 친구들은 저를 보면서 힘을 얻는데, 제가 이걸 가지고 불안해하고 있으면 이들도 너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이제는 신경 안쓰기로 했죠. 이렇게 또 다시 이겨낼 힘을 주는게 팬들이에요."

-틱톡이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 붐이 불지 않았다면 지금 뭘 하고 계실 것 같나요?

"연기 레슨을 하고 있을 것 같아요. 지금도 사실 노래 레슨과 연기 레슨은 하고 있어요. 감을 잃으면 안되기 때문이죠. 크리에이터 생활 하기 전에는 제가 원래는 선생님으로 좀 유명했어요. 저한테 레슨받으면 5분, 10분이면 바로 고쳐져요. 선생님이 너무 세니까. 그래서 '오즈의 마법사'라는 별명으로 선생님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틱톡이라는 플랫폼의 매력과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틱톡이 굉장히 자유롭게 자기를 표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매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희한한 특징이 있어요. 나이가 많든, 어리든, 연기자이든, 가정주부이든 자유롭게 자신의 매력과 예술적인 감각을 표현할 수 있어요. 또 창의적인 댓글이 영상보다 더 뜰 수 있는 곳이 틱톡이에요. 그래서 자유롭고 누구에게나 평등한 플랫폼이라고 생각해요."

-콘텐츠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특별한 메시지가 있나요?

"제가 사실 예전에 비하면 15㎏ 정도 찐 상태에요. 예전에는 53㎏를 유지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먹질 않았어요. 무대에서 예뻐야 하고 배 나오면 안되니까요. 디저트 좋아하는 사람이 못 먹고 사니까 너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그 당시에 건강이 더 안 좋았어요. 요즘 제가 늘 말씀드리는건 맛있는거 먹고, 디저트도 드시고, 맛을 보고 행복감을 느끼자는 겁니다. 또 매일 만보씩 걷자는거에요. 체중이 조금 늘었다고 해도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젼둥이(팬 애칭)들도 그렇게 해서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두바이 초콜릿 말고 지금까지 먹어봤던 디저트 중에 정말 좋았다고 할 수 있는게 또 있을까요?

"스웨덴 젤리라고 하는데요. 외국에서는 스웨덴 캔디라고 하더라고요. 이건 받는데만 3개월이 걸렸어요. 우리나라에 없는 젤리예요. 이걸 외국에 예쁜 분들이 드시는데, 너무 먹고 싶게 생긴 거에요. 보자마자 주문을 했는데도 너무 고생을 해서 받았어요. 그리고 이 영상을 올리기 전에 공부를 또 해야해요. 팬들은 못 먹고 저만 먹잖아요. 그래서 젤리는 몇%가 들어갔고 머쉬멜로우는 몇%가 들어갔는지 분석을 해서 또 도전을 해봐야죠."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팬들이 저를 '디저트계의 문익점'이나 '트렌드 세터'라고 부르면서 '언니가 먹으면 다 유행된다'고 하는데요. 제가 먹어서 유행된게 아니고, 팬들이 그걸 보고 공감하고 같이 만들고 후기를 올려주셔서 유행이 된거에요. 나 혼자 잘된게 절대 아니고 젼둥이들과 함께 한거고요. 늘 행복한 마음으로 디저트를 만들고, 같이 먹고, 같이 운동해서 행복한 삶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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