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모' 몰린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
대통령실·여당 "실효성 위해 임금 낮춰야"
최저임금 안 받는 '가사사용인' 도입 예고
노동계 "'나쁜 일자리' 양산…서비스 질↓"
ILO 협약에도 배치…"근로조건 차별 안돼"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할 수 있는 차등적용(구분적용) 검토를 시사했다. 다만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못하게 하는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어긋나고, 노동계도 서비스 질 저하와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를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 수석은 지난 2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달부터 시행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과 관련,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비용이 그렇게 낮지 않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떤 면에서 그런 비용 부담을 더 낮출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나경원, 추경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은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관련 토론회를 열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료가 높아 해당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1만37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보다 9860원보다 3840원 높다. 5일 근무를 가정하면 월 238만원이다. 신청가구를 보면 40%가 '강남 4구'에 집중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해 돌봄인력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돼 최근 입국했다. 하지만 이용료가 저렴하지 않고 특정지역에 몰리면서 도입 취지와 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 시행 전부터 비용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고용허가제(E-9) 인력으로 최저임금의 적용을 받는다.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의 주관으로 입국한 이들은 사업주와 근로계약을 전제로 취업비자를 받아 근무하며 내국인과 동일한 노동법의 보장을 받는다.
이는 가정부나 파출부 등으로 개별 가구와 사적인 계약을 통해 고용되는 '가사사용인'과 구분된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르면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으며 최저임금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앞서 올해 6월 저출산고령사회대책위원회(저고위)의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통해 외국인 가사사용인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대폭 확대에 이어 추가로 도입될 인력은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로 두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병, 돌봄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특정 활동 전문직종(E-7)으로 인정해 '가사사용인'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다.
당시 노동계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의 가사사용인 도입 예고에 반발한 바 있다.
외국 인력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가사돌봄 분야에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부문 일자리를 더욱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한편, 서비스 질도 저하시킨다는 주장이다.
23일 정부 등에 따르면 유혜미 대통령실 저출생대응 수석은 지난 2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내달부터 시행되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사업'과 관련,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상황에서 비용이 그렇게 낮지 않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어떤 면에서 그런 비용 부담을 더 낮출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나경원, 추경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등 여당은 외국인 근로자 최저임금 구분적용 관련 토론회를 열고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차등적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료가 높아 해당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시급은 1만3700원으로 올해 최저임금보다 9860원보다 3840원 높다. 5일 근무를 가정하면 월 238만원이다. 신청가구를 보면 40%가 '강남 4구'에 집중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저출생, 고령화에 대응해 돌봄인력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돼 최근 입국했다. 하지만 이용료가 저렴하지 않고 특정지역에 몰리면서 도입 취지와 달라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 시행 전부터 비용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최저임금 적용 안되는 '가사사용인'…"시대에 역행"
이는 가정부나 파출부 등으로 개별 가구와 사적인 계약을 통해 고용되는 '가사사용인'과 구분된다. 근로기준법 제11조에 따르면 가사사용인은 근로기준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으며 최저임금 또한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는 앞서 올해 6월 저출산고령사회대책위원회(저고위)의 '저출생 추세 반전 대책'을 통해 외국인 가사사용인 도입을 예고한 바 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대폭 확대에 이어 추가로 도입될 인력은 최저임금 적용의 예외로 두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도 올해 초 법무부에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최저임금 이하로 책정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건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간병, 돌봄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을 특정 활동 전문직종(E-7)으로 인정해 '가사사용인'의 형태로 고용하는 것이다.
당시 노동계는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정부의 가사사용인 도입 예고에 반발한 바 있다.
외국 인력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되는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고 가사돌봄 분야에 취업을 허용하겠다는 것은 가뜩이나 열악한 돌봄 부문 일자리를 더욱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한편, 서비스 질도 저하시킨다는 주장이다.
정부와 여당이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다시 불을 지폈지만 노동계가 여전히 반대하면서 실제 도입까지 이르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21일 대통령실과 여당이 밝힌 차등적용 안과 관련해 "최저임금에 대한 차등은 인간에 대한 차별"이라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전 대변인은 "최저임금제는 노동자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으로 최소한의 임금을 강제하는 제도"라며 "결국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낮추고 결과적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서비스지부 위원장은 "돌봄 시장은 100만명이 넘게 일하고 있는 미래 산업"이라며 "차등적용은 서비스의 질을 낮춰 산업의 발전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비용을 두고 노동자와 소비자한테만 부담을 전가하면 절대 '윈윈(win-win)'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돌봄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기준 위반 우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11호는 내·외국인,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은 헌법(평등권)뿐 아니라 국제기준(ILO 협약 및 주요국 FTA),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과 배치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특정 업종에 대한 차별, 낙인 효과의 우려 등으로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에는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 매번 심의 안건에 오르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되기 일수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적별' 차등적용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올해 하반기 야당과 함께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과 ILO 제189호 협약인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노동계 여전히 반발…ILO 국제기준 위반 우려도
전 대변인은 "최저임금제는 노동자 기본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으로 최소한의 임금을 강제하는 제도"라며 "결국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더 낮추고 결과적으로 전체 노동자 임금이 하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영미 한국노총 가사돌봄서비스지부 위원장은 "돌봄 시장은 100만명이 넘게 일하고 있는 미래 산업"이라며 "차등적용은 서비스의 질을 낮춰 산업의 발전을 방해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비용을 두고 노동자와 소비자한테만 부담을 전가하면 절대 '윈윈(win-win)'이 될 수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돌봄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기준 위반 우려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111호는 내·외국인, 성별, 종교 등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만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것은 헌법(평등권)뿐 아니라 국제기준(ILO 협약 및 주요국 FTA), 국내법(근로기준법·외국인고용법)과 배치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다만 특정 업종에 대한 차별, 낙인 효과의 우려 등으로 최저임금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이후에는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없다. 매번 심의 안건에 오르지만 노동계의 반발로 무산되기 일수였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적별' 차등적용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어려울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노동계는 올해 하반기 야당과 함께 근로기준법 제11조 개정과 ILO 제189호 협약인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 비준 작업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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