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벤처 기술, 해외제약사가 도입
TPD·이중 항체·항체플랫폼 등 다양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국내 신약 개발 벤처들이 잇따라 플랫폼 혹은 후보물질을 해외 기업에 기술 이전하면서 약진하고 있다.
1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오름테라퓨틱, 아이엠바이오로직스, 파인트리테라퓨틱스 등 한국 바이오 벤처 혹은 국내 연구진이 주도하는 벤처에서 기술 수출 소식이 이어졌다.
2016년 설립된 오름테라퓨틱은 지난달 미국 제약사 버텍스 파마슈티컬에 표적 단백질 분해제(TPD) 기술을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름이 받게 될 선급금은 1500만 달러(약 207억원)이며, 3개 타깃에 대해 각 최대 3억1000만 달러(약 4200억원)의 추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을 받게 된다. 3개 타깃 모두 개발·상업화에 성공한다면 최대 1조3000억원 상당 마일스톤(선급금 포함)을 받는 셈이다.
작년 11월에도 오름은 미국 대형 제약사 BMS에 TPD 기술로 개발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 물질 'ORM-6151'을 기술 이전했다. BMS는 오름테라퓨틱에 계약금 1억 달러(약 1298억원)를 지불해 ORM-6151을 확보했다.
오름테라퓨틱은 자체 개발한 TPD 접근방법을 적용해, TPD와 ADC(항체-약물 결합체)를 접목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이 회사의 '이중 정밀 표적 단백질 분해 접근법' 기술은 암 세포를 찾아가는 항체에 화학항암제를 붙인 'ADC'(항체-약물 접합체) 원리를 이용해, 화학항암제(저분자 화합물) 대신 TPD를 붙였다. 항체와 단백질 분해제를 결합한 것이다. 항체와 결합된 TPD는 암세포에 전달돼, 세포 내 표적 단백질 'GSPT1'을 분해하고, 종양 세포 사멸을 유발한다. 기존에 접근할 수 없었던 다양한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
지난 2020년 HK이노엔의 항체 연구팀이 창업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중국 화동제약에 이중항체 기반 자가면역질환 치료 물질 'IMB-101'의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IMB-101은 이중항체 신약으로,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와의 협업을 통해 발굴된 물질이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은 800만 달러(약 109억원)이며, 개발·상업화 성공 시 단계별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은 최대 3억750만 달러(약 4200억원)다. 이에 따른 총 계약 규모는 3억1550만 달러(약 4310억원)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6월에도 미국 네비게이터 메디신에 해당 물질의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 권리(일본 포함)를 이전한 바 있다. 총 9억4400억 달러의 첫 해외 기술 수출 성과를 만든 지 2개월만에 후속 계약을 체결했다.
IMB-101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이중항체 후보물질로, 2016년 착수한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공동연구로 확보했다. 이후 HK이노엔은 2020년 8월 해당 과제를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 이전했고, 아이엠바이오는 작년 미국 FDA에서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지난 7월 항암 의약품 개발 기업 파인트리테라퓨틱스도 아스트라제네카와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분해 신약 물질에 대한 독점 판권 및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전임상 단계 EGFR 분해제의 개발·상용화 권리를 이전하면서 파인트리는 최대 4500만 달러(약 623억원)의 선불금 및 초기 계약조건 달성에 대한 지급금을 받게 된다.
2019년 설립된 파인트리는 미국에 본사를 뒀지만, 송호준 대표를 비롯한 한국계 연구진이 연구개발을 이끄는 회사다.
김용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단장은 최근 발간한 '제26호 정책보고서'(KPBMA Brief)에서 "세계 제약바이오 라이선싱 규모는 감소하는 수준이지만 상위 20위 계약의 규모는 증가해, 유망한 기술에 대해선 큰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가 파이프라인 다각화에 힘쓰고 있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의 기술 라이선싱에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