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신고하자 보직해임 후 지방발령
전체 신고 10건 중 8건이 취하되거나 기타 처리
"'남의 일'로 보는 시각 여전…태도 먼저 바꿔야"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3/02/07/NISI20230207_0001190532_web.jpg?rnd=20230207102848)
[서울=뉴시스] 직장 내 괴롭힘 삽화.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박수림 인턴기자 =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뒤 겨우 휴직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회사 대표가 형사고소를 했어요. 회사 대표의 목적은 형사 처벌이 아닌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해 보복하는 것이었습니다."
박모씨는 2020년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입을 열었다. 박씨는 "회사 대표가 전화로 부적절한 성희롱을 하거나, 팀장을 맡고 있던 조직을 1년 만에 해체하고, 보직해임 후 지방으로 발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반발하니까 지하층 공장으로 전보했다. 하급직 직원으로 보직도 변경됐다"고 억울해 했다.
박씨는 회사에 이러한 내용을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박씨 측 주장에 따르면 회사 대표는 노동청 신고 직후 박씨의 3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등 '보복행위'에 들어갔다. 직장 괴로힘 신고자에 대한 사측 보복 인사가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회사 측은 박씨를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이미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관련 진정 신고를 통해 그 사실을 인정받은 뒤였다. 박씨는 "이는 명백한 2차 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씨처럼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으나, 직장 내 조롱·보복 등의 2차 가해로 또 다른 상처를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피해자 신고에도 적절한 사후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2차 가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국회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20년 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는 5823건이었으나, 2023년 1만96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신고 건수에 비해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검찰에 넘겨진 방식으로 처리된 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관련 사건 중 취하되거나 기타 처리된 사건이 86.6%에 달했으며, 과태료 부과 비율은 1.3%, 검찰 송치 비율은 1.8%에 그쳤다.
인권위 역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으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진정에 대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 이후 상사가 가해 직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선임 직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자신의 상사이자 중간관리자인 B씨에게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B씨는 "가해 직원이 인간적으로 안쓰러운 마음이다. 지금 얼마나 속이 상하겠냐"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부서 회식에 가해 직원이 참석하도록 한 뒤에 A씨의 태도를 지적하며 "회식 자리에서 가해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유심히 봤는데 동료애를 갖지 않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사후 조치 없이는 이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직장 내 괴롭힘 피해에 대한 해결 절차를 충분히 갖추지 못해 2차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괴롭힘 피해에 대한 해결 절차를 갖추지 못한 회사가 많고, 중소기업 경우에는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더욱 쉽지 않다"며 "가이드라인 외에 명확한 법적 강제력을 갖춘 기준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보다 시급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괴롭힘 피해와 2차 가해 우려에 대한 공감대 없이는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에도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김 교수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은 '남의 일'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러한 인식 아래에서는 구속력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말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현실 변화를 이끌기엔 부족하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정훈 직장괴롭힘조사센터 연구위원이자 노동일터연구소 감동 대표 역시 '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 원인에 대해 묻자 "괴롭힘 사건에 접근하는 인식 체계가 잡히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규모가 작으면 피해자 보호나 비밀유지가 불가능하다. 이런 체계 속에서 개인에 대한 평가나 인식이 개입되면 '회사 분위기를 망쳤다'며 부당전보를 보내기도 한다"며 "관련 규정·절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훈련이 안 돼 있으면 2차 가해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조직 차원의 대처가 미숙한 부분이 2차 가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태도 변화가 가장 중요하고,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박모씨는 2020년부터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입을 열었다. 박씨는 "회사 대표가 전화로 부적절한 성희롱을 하거나, 팀장을 맡고 있던 조직을 1년 만에 해체하고, 보직해임 후 지방으로 발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반발하니까 지하층 공장으로 전보했다. 하급직 직원으로 보직도 변경됐다"고 억울해 했다.
박씨는 회사에 이러한 내용을 신고했다. 하지만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 박씨 측 주장에 따르면 회사 대표는 노동청 신고 직후 박씨의 3년치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조사하는 등 '보복행위'에 들어갔다. 직장 괴로힘 신고자에 대한 사측 보복 인사가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회사 측은 박씨를 배임 등 혐의로 고소했다. 박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점은 이미 노동청으로부터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관련 진정 신고를 통해 그 사실을 인정받은 뒤였다. 박씨는 "이는 명백한 2차 가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했지만…회사는 조롱·부당전보
직장갑질119가 우원식 국회의원실을 통해 제공받은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직후인 2020년 노동청에 접수된 괴롭힘 신고는 5823건이었으나, 2023년 1만960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늘어난 신고 건수에 비해 과태료가 부과되거나 검찰에 넘겨진 방식으로 처리된 건은 그리 많지 않았다. 관련 사건 중 취하되거나 기타 처리된 사건이 86.6%에 달했으며, 과태료 부과 비율은 1.3%, 검찰 송치 비율은 1.8%에 그쳤다.
인권위 역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으나 적절한 보호 조치를 받지 못했다는 진정에 대해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신고 이후 상사가 가해 직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 A씨는 선임 직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자신의 상사이자 중간관리자인 B씨에게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B씨는 "가해 직원이 인간적으로 안쓰러운 마음이다. 지금 얼마나 속이 상하겠냐"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부서 회식에 가해 직원이 참석하도록 한 뒤에 A씨의 태도를 지적하며 "회식 자리에서 가해 직원을 대하는 태도를 유심히 봤는데 동료애를 갖지 않는 것 같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절한 사후 조치 없이는 이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직장 내 괴롭힘' 공감대 형성이 먼저…조직 체계 마련도 필요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괴롭힘 피해에 대한 해결 절차를 갖추지 못한 회사가 많고, 중소기업 경우에는 피해자·가해자 분리가 더욱 쉽지 않다"며 "가이드라인 외에 명확한 법적 강제력을 갖춘 기준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보다 시급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괴롭힘 피해와 2차 가해 우려에 대한 공감대 없이는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에도 실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김 교수는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은 '남의 일'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 이러한 인식 아래에서는 구속력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고, 말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질적으로 현실 변화를 이끌기엔 부족하다"며 변화를 촉구했다.
이정훈 직장괴롭힘조사센터 연구위원이자 노동일터연구소 감동 대표 역시 '직장 내 괴롭힘' 2차 가해 원인에 대해 묻자 "괴롭힘 사건에 접근하는 인식 체계가 잡히지 않아서 그런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조직의 규모가 작으면 피해자 보호나 비밀유지가 불가능하다. 이런 체계 속에서 개인에 대한 평가나 인식이 개입되면 '회사 분위기를 망쳤다'며 부당전보를 보내기도 한다"며 "관련 규정·절차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훈련이 안 돼 있으면 2차 가해가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 대표는 조직 차원의 대처가 미숙한 부분이 2차 가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태도 변화가 가장 중요하고, 2차 가해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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