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도시 진입 일부 군대는 군복도 안 입고 들어와
공격 투입 부대도 작전 개시 3일 전 알기도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기만과 도박’
우크라이나 군대가 지난 6일 북동부 러시아 쿠르스크를 전격 침공해 러시아의 허를 찌른 데는 작전에 참가한 자국 군대도 마지막 순간까지 모를 정도로 철저한 비밀이 유지됐기 때문이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3일 분석했다.
NYT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군대를 쿠르스크에서 몰아내고 동시에 우크라이나 동부로 진군하는데 성공하면 이번 작전은 러시아로 하여금 도네츠크 등 지역에서 더 많은 영토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도박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프리고진 반란 이후 최대의 충격
이는 러시아의 방어선이 얼마나 쉽게 돌파됐는지를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이 기습 작전은 러시아는 물론 미국 등 동맹국조차 놀라게 했다.
러시아에게는 지난해 6월 용병 예브게니 V. 프리고진이 모스크바로 진군한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전쟁 중에도 대부분의 러시아인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약속을 했으나 이런 약속을 의문시하게 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는 국경에서 10km 가량을 진격했고 12일까지 28개 마을과 도시를 통제하고 있으며 러시아인 13만 2000여명이 황급히 피난을 떠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2일 “러시아가 다른 나라에 전쟁을 가져왔고, 이제 전쟁이 자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국도 자국 군대도 속인 비밀 작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10일 처음 작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는데 우크라이나 군인들도 미리 계획을 알지 못했다.
전장 영상 분석 전문인 핀란드 ‘블랙 버드 그룹’의 분석가 파시 파로이넨은 “현대의 성공적인 작전에 극단적인 작전 보안과 속임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독립적인 분석가들도 동쪽에서 오랫동안 싸우던 여단의 병사들이 쿠르스크 국경 바로 건너편인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으로 은밀히 이동한 것을 발견했다.
거의 1년 동안 포위된 최전선 도시 차시브 야르를 방어했던 22기계화여단의 무인기 대대가 7월 중순 국경 근처에서 발견됐다.
하르키우 지역 보프찬스크 인근에서 전투를 벌였던 82공수강습여단도 그 지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같은 개별적인 부대의 이동에 대한 정확한 배경은 감지하지 못했다.
러시아 상층부, 보고 받고도 무시
러시아 전 의회 의원이자 전직 고위 군 장교인 안드레이 구룰료프는 “위에서는 당황하지 말라, 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TV 방송에 나와 한탄했다.
우크라이나 여단은 탄약이 부족해 새로운 공세를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우크라이나는 훈련과 새로운 장비 도입이라는 명목으로 일부 여단을 교대한다며 수미 지역으로 부대를 이동시켰다고 한 여단의 부사령관인 아르템 중령이 말했다.
국경지대에 집결하는 부대의 장교들은 도시나 마을에 들어올 때는 주목을 끌지 않도록 군복을 입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러면서 중화기가 모이고, 병력이 집결됐다. 인근 주민들도 국경을 강화하려는 것으로만 알았다.
NYT는 국경에 집결하는 부대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상황에 대해 깜깜이였다고 보도했다. 일부 부대는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들었다고 말했다.
공격개시 사흘전인 3일 아르템 대령은 여단장이 고위 장교들을 숲길 옆 회의에 소집하여 임무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8월 6일 정오 직전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 22기계화여단 약 300명, 20대 이상의 장갑전차, 11대의 전차가 국경을 넘었다고 보고를 받았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허위 정보와 선전은 전쟁에서 또 다른 종류의 전선이기도 하거니와 그러한 침입이 전술적으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군이 국경 검문소를 돌파하고 두 개의 방어선을 돌파하며 전진했다. 지뢰가 적고 군사적 장애물이 적은 데다 적은 방심하고 있는 사이 기계화 여단은 빠르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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