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이어 BMW도 제조사 전면 공개
토요타, 폭스바겐도 공개할 것으로 예상
[서울=뉴시스]안경무 기자 =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자사 전기차(EV)에 탑재한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고 있다.
최근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화재로 배터리 제조사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자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배터리 공개를 계기로 부품사에 대해 함구해 왔던 완성차 업계의 오랜 관행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 EV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했다.
최근 인천 청라동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 이후 벤츠에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라"는 요구가 계속됐으나, 벤츠는 사고 이후에도 영업 비밀을 이유로 제조사 공개를 끝내 거부해 왔다.
그러나 벤츠를 향한 국민적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전날 라이벌 업체인 BMW가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면서 배터리 제조사 공개로 방침을 급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벤츠에 따르면 벤츠 전기차 모델에 탑재된 배터리 셀 제조사는 CATL, 파라시스,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4곳이다.
이 중 가장 많은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한 회사는 중국 CATL로,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생산한 EQE·EQS 모델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벤츠가 올해 생산한 최상위 모델인 마이바흐 EQS 680 SUV 모델도 CATL의 배터리 셀을 사용했다.
청라동 화재 차량에 탑재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는 ▲EQE 350+(2022~2024년 생산) ▲EQE 53 4MATIC+(2023년 생산) ▲EQE 350 4MATIC(2023~2024년 생산) ▲EQE 500 4MATIC SUV(2023년 생산) 등에 적용됐다.
수입차 업체들, 앞다퉈 '배터리 제조사' 공개 나서
BMW 차량 중에선 iX1과 iX3가 중국 CATL 배터리를 탑재했다. i4와 i5, iX와 i7 등은 삼성SDI 제품을 썼다.
토요타(렉서스)와 폭스바겐 등은 배터리 제조사 공개에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조만간 배터리 제조사를 밝힐 것으로 보인다.
토요타 관계자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전기차는 렉서스 RZ 1개 모델뿐"이라며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관계자는 "본사 정책 상, 특정 모델에 어느 업체의 배터리가 탑재돼 있는지 공개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다만 여러 매체와 고객들이 (제조사를) 문의하고 있어 본사에 질의해 답변을 기다리는 상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배터리 제조사 공개를 계기로 '부품사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완성차 업계의 관행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 천원짜리 먹거리도 원산지를 공개하는데, 자동차는 그동안 예외였다"며 "이번 화재 사건을 계기로 배터리 등 핵심 부품에 대한 공개 요구가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