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기흥점 자동화 설비 현장 방문
업계 최초 매장내 풀필먼트 설비 도입
"사람과 지구를 위한 배송…9월 실행"
[서울=뉴시스]이승주 기자 = 머리 위 상공에서 빨간색 네모난 로봇들이 쏜살같이 돌아다닌다. 26대의 로봇이 그리드 위에서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미래도시'를 방불케 했다.
지난 8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이케아 기흥점 매장 내 물류구역에서는 이번에 새로 도입하는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었다.
고객이 직접 물품을 쇼핑하고 계산하는 구역을 지나쳐 안쪽 물류구역으로 들어서니 5.3m 높이에서 움직이는 로봇이 눈에 들어왔다.
큐브형태의 모듈형 창고 선반 위를 돌아다니면서 제품이 보관된 컨테이너를 작업자가 있는 곳까지 운반하는 것이 로봇의 임무다. 로봇이 옮기는 컨테이너는 총 1만3699개로 이 안에 있던 주방용품, 패브릭, 봉제인형 등 약 4000개 홈퍼니싱 액세서리 제품이 자동으로 출고된다.
작업자가 로봇이 가져다준 컨테이너에서 제품을 밖으로 빼고 '출고' 버튼을 누르는 데 10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입고할 때도 마찬가지다. 빈 컨테이너에 제품을 넣고 입고를 누르면 끝이다.
자동으로 출고한 제품은 바로 옆 '자동화 포장 시스템'에서 일사천리로 배송 준비를 한다. 3D스캐너가 제품의 형태를 측정하고, 이때 포장할 제품이 크든 작든, 얇거나 동그란 모양이어도 상관없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에 알맞게 골판지 상자가 재단돼 나오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은 '포장의 달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순식간에 포장을 완료했다. 레일을 타고 이동한 제품이 봉인되고, 테이핑, 송장 부착까지 배송 준비가 마무리되는 과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12초다. 시간당 300개 이상의 박스를 포장할 수 있다.
이같은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 도입으로 업무 효율을 높여 배송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해 '합리적인 가격의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케아 코리아의 목적이다.
직원이 넓은 이케아 매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제품을 픽업하는데에는 시간과 체력이 많이 소요된다.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의 도입하면서 기존보다 업무 효율성이 약 8배 증가하고, 하루 약 2000건의 택배 주문을 매장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이케아 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수엣 완 이케아 코리아 컨트리 커스터머 풀필먼트 매니저는 "이커머스 매출이 증가하고, 배송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새로운 풀필먼트 전략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케아 코리아에 따르면 2021년을 기점으로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 규모는 점점 줄고 온라인 매출은 늘었다. 이커머스 매출 비중은 2019년 13%에서 지난해 21%로 성장했다. 또 5년 전에는 17%에 불과했던 배송 규모가 작년에는 39%까지 급증했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집으로 직접 가져가는 경우가 예전보다 줄었다는 얘기다.
이에 수엣 완은 세 가지 풀필먼트 전략을 세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있는 기존의 매장 공간을 활용하는 것이 첫 번째 전략"이라며 "따로 외부에 물류 창고를 설립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올해 약 169억원을 투자해 이케아 기흥점의 약 1000㎡(400평)을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 공간으로 단장했다.
이어서 "두 번째는 지속가능성을 위해 '사람과 지구를 위한 배송'을 하는 것"이라며 "내년까지 100% 무공해 운송 수단 배송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포장을 위해 재단하고 남은 자투리 골판지가 한곳에 모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두중 이케아 기흥점 풀필먼트 매니저는 "남은 골판지와 종이테이프들을 모아 친환경 충전재로 다시 사용한다"고 말하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이케아 코리아 측은 자동화 물류창고 시스템의 로봇 10대는 진공청소기 1대와 동일한 전력을 소비할 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제품 형태에 맞춰 상자를 재단하기 때문에 과대포장을 최소화하고, 배송 시 낭비되는 공간 없이 최대한 많은 양의 상자를 적재한다고 덧붙였다.
이케아 코리아는 '직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솔루션'을 마지막 전략으로 수립했다. 사람의 관절과 힘을 이용해 짐을 옮기지 않고 직원들이 좀 더 중요한 직무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날 풀필먼트 시스템 현장에서 만난 풀필먼트팀 소속 정영란(51)씨는 "제가 신입 직원이었을 때는 제품 하나를 찾기 위해 오랜 시간 헤맸는데 지금은 로봇이 눈앞에 빠르게 가져다준다"며 "시간이 단축될 뿐만 아니라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고, 번거로운 과정에서 겪었던 스트레스도 없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취재진에게 말했다.
이케아 코리아 측은 "매장 내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 도입을 확대해 2030년까지 올해 대비 1.5배 더 많은 3000건의 택배 주문을 매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이케아를 만날 수 있도록 옴니채널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케아 기흥점 매장 내 자동화 풀필먼트 시스템은 내달 중으로 본격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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