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택공급 확대방안' 전문가들 평가
"기존 발표된 정책 세부적으로 구체화한 것"
"비아파트 혜택 통한 수요 분산 효과 있을 듯"
"그린벨트 해제, 녹지 부족하고 물량도 제한적"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정부가 8일 재건축·재개발 절차 간소화, 비(非)아파트 시장 정상화 등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일부 정책 효과는 볼 수 있으나 서울 집값 폭등세를 안정시키기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확보는 실효성에 물음표를 던졌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는 이날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공급 대책 내용은 ▲그린벨트 해제 등 신규 택지 후보지 8만가구 발굴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 제정 ▲공공 신축매입주택(비아파트) 11만가구+α 공급 등이 골자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위주의 주택 가격 상승과 장기적인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방면 공급 정책이 담겨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최근의 상승세를 주도한 강남권, 마용성(마포·용산·성동)지역의 신축 위주 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을 공급하는 대책과는 거리가 있어 해당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이번 내용의 상당수는 기존에 발표된 정책을 세부적으로 구체화한 것"이라며 "지금은 획기적인 방안, 큰 공급 숫자 등이 시장에 별다른 효과를 끼치기 어렵기에 이미 발표된 공급계획과 규제완화를 꾸준하게 현실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진단했다.
빌라·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11만호 이상 공공 신축매입 등 비아파트 정상화 방안은 빌라 전세사기 이후 아파트로 집중되던 주택 수요를 일부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빌라 전세사기 여파로 냉각된 비아파트 시장을 정상화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특징"이라며 "이번 조치로 서울과 수도권 재개발 예정구역 빌라나 다세대, 다가구 주택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신축 비아파트에 대한 생애 최초 혜택과 1주택 특례 혜택은 아파트에 비해 공사 기간이 짧아 가시적 단기 공급 효과를 낼 수 있고, 평상시 거래량이 상당한 편인 도심 비아파트 전세 시장에 추가 공급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임대차 수요가 많은 지역이니 서울 역세권 위주로 신축매입 수요를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 역시 "이번 정책 방안 중 현실적으로 실행이 가능하고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분양 전환형 신축매입 공급과 입지가 우수한 공공 신축매입 공급 확대"라며 "이 부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면 최근 주택 매수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인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선 기존 1~3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워 의미가 있다는 의견과 실제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제한돼 필요성이 낮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함 랩장은 "수도권 그린벨트는 서울 연담화를 막을 목적이라 기존 1~3기 신도시보다 서울 접근성이 매우 좋은 위치"라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더라도 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개발 가능성이 커지며 후보지 지정에 대한 기대감에 물망지 토지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서울은 인구 1인당 도시 녹지 면적이 24.79㎡로 전국 266.01㎡의 10%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녹지 면적이 부족한 상태"라며 "서울 인근의 보존 가능한 지역은 미래세대를 위해 지키고, 지금까지 계획한 신도시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도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는 결국 강남권일 텐데 공급 가능한 물량을 따져보면 시장 안정 효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굳이 서울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할 필요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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