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료·색소 넣은 술도 '탁주' 인정되나…막걸리 업계 찬반 팽팽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정부가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도 '탁주'로 인정해 주기로 한 가운데, 주류 업계 내에서도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찬성 측은 수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세 부담도 낮아져 제품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등 막걸리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반대 측은 향료와 색소를 넣게 할 경우 원재료 값을 낮춘 저가 막걸리가 난립해 전통주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 주세법 시행령을 완화해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을 '탁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탁주의 제조원료는 ▲녹말이 포함된 재료 ▲국(누룩) ▲물 ▲당분 ▲과일·채소류 ▲아스파탐 등 첨가제로 한정돼 있다. 

여기에 향료·색소를 추가 하는 등 탁주에 허용가능한 첨가물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현재 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탁주가 아닌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또 '막걸리'나 '탁주' 라는 이름을 쓸 수도 없다.

수출할 때 역시 향료 등을 넣으면 '막걸리'라고 표기할 수 없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향료·색소를 넣은 막걸리의 세금 부담이 크게 완화된다.

예를 들어 향료·색소를 첨가한 출고가가 1000원인 주류(750㎖)를 현행대로 기타주류로 분류하면 세율은 과세표준의 30%가 되고, 과세표준은 출고가격의 81.9%다. 이를 계산해 보면 세금은 246원이 된다.

반면, 개정안 시행으로 향료·색소를 첨가한 주류가 탁주류 분류될 경우 종량세(용량 대비 세금)가 적용돼 1ℓ당 33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탁주류 분류할 경우 기타주류보다 7배 가량 더 저렴해 지는 셈이다. 국순당의 '쌀 바나나'나 서울장수의 '허니버터아몬드주', 우리술 '알밤동동' 등이 혜택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를 두고 주류 업계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측은 전체 적인 막걸리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남도희 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넣을 수 없게 한 전통주 진흥법을 전체 산업군에 적용하라는 것은 어폐"라며 "다양한 주류를 개발하게 되는 등 막걸리 시장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막걸리는 운송 기간·온도 등 문제로 수출이 쉽지 않아 대부분 살균 막걸리의 형태로 수출이 되고 있다"며 "현재 향료 등을 첨가하면 수출시에도 막걸리란 표현을 쓰지 못해 애로가 많았는데 법안이 개정되면 막걸리 표기를 할 수 있게 돼 막걸리 세계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 측은 향료 등을 넣을  수 있게 되면 품질 저하로 인해 막걸리 시장 전체가 하향 평준화 되는 등 오히려 산업 발전에 저해 된다고 맞서고 있다.

류인수 한국술산업연구소 이사장은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를 넣을 수 있게 되면 막걸리의 품질 저하로 인한 하향평준화가 될 수 있다"며 "세금 감면으로 몇 개의 대형 양조장은 혜택을 보지만 대다수의 전통주 업체들은 생존의 위기를 걱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막걸리는 지역 농산물을 반드시 이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향료·색소 추가시 과일 등 사용량을 줄이고 전체 주류시장이 향과 색을 넣은 술들이 많아지면서 지역의 특색 있는 술들이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며 "전통주의 전통성, 다양성 및 차별성을 훼손해 전통주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전통주 양조장, 막걸리 교육기관, 전통주보틀숍 등 120여곳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에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 첨가 반대 입장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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