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그룹 '에이핑크' 정은지(30)는 배우 이정은(54)과 2인1역을 맡아 부담감이 컸다. 최근 막을 내린 JTBC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취준생 '이미진'(정은지)은 해가 뜨면 갑자기 50대 여성 '임순'(이정은)으로 변했다. 사투리부터 제스처, 표정까지 한 몸처럼 보여야 해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첫 극본 리딩 때부터 떨렸다"면서도 "정은 언니가 한다고 해 2인1역에 욕심이 났다"고 털어놨다.
"감독님이 의외로 디렉팅을 많이 안 해주더라. 스크립터 언니가 '앞 신에서 이렇게 촬영했다'고 보여주면 감정을 이어 받아서 연기했다. 초반에는 정은 언니가 내가 쓰는 사투리를 궁금해 했다. 6부 정도까지는 녹음해서 보내주고, 말투 등을 공유했다. 점심시간에는 언니랑 한 차에서 같이 극본을 봤다. '언니, 이건 어떻게 대사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으면 '난 이런 감정으로 했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등 소통하면서 연기했다."
이 드라마를 통해 이정은이라는 "든든한 빽이 생겼다"며 좋아라했다. 현장에서 연기 관련 얘기를 나눈 적이 많지 않은데, "언니에게 극본을 보는 마음가짐 등을 배웠다. 선생님 한 분이 생긴 것 같다"고 할 정도다. "언니는 힐링 요정"이라면서 "첫 미팅 때 같이 식사했는데, 언니가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줘서 긴장이 풀렸다. 엄청 다정하고 사랑스럽다. 언니 성격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인터뷰한 기사도 다 찾아볼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전 연령대에 폭넓게 사랑 받았는데, 이정은에게 공을 돌렸다. 1회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11.7%로 막을 내렸다. "웃을 수 있는 선이 생기지 않고,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게 매력적"이라며 "정은 언니가 나이 들어서 '웃픈'(웃기고 슬픈) 상황을 귀엽게 표현해줬다. 언니 파트는 계속 돌려 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극중 이정은이 신세대 유행어를 할 때는 "나도 못 알아들었다. 어린 애들이 진짜 이런 말을 쓴다고 하더라. 현장에 있는 누구도 알지 못했다"며 웃었다.
"정은 언니의 어린 눈망울과 손을 뻗는 모습 등이 나와 묘하게 겹쳐 보이더라. 언니가 내가 연기한 걸 많이 찾아본 것 같았다. 나도 언니 모니터링을 열심히 했다. 엄청 세세한 걸 맞추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비슷해졌다. 마지막에 꿈 속에서 미진과 임순이 마주치지 않았느냐. 제일 싫으면서 기대됐다. 신 들어가자마자 언니 눈을 보는데 눈물이 펑펑 나더라. '이게 무슨 감정이지?' 싶었다. 나이 든 미진이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는데, 찍고 나니 엄청 후련했다."
요즘 취준생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를 "공감하긴 어려웠다"고 돌아봤다. "처음엔 미진 성격도 공감이 안 됐다"며 "뭐든 열심히, 진심으로 하지만, 정은지와는 엄청 맞닿아있지 않았다. 계속 극본을 보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주변에도 많이 물어봤다"고 회상했다. "미진과 비슷한 부분이 너무 없었다"면서도 "매사 안 빼고 열심히 하고, 용기 내서 이것 저것 다부지게 해내려고 하는 건 비슷하다"고 짚었다.
검사 '계지웅'(최진혁)과 로맨스는 "형제 케미라서 편했다"고 인정했다. "촬영 끝나자마자 형제 모드가 됐지만, 막방을 보니 잘 나왔더라. 오빠가 엄청 편하게 대해줬다. 가벼운 터치할 때도 '오빠 이렇게 해도 돼?'라고 물어보면 '그래, 그래 해'라고 했다. 어렵고 불편하면 잘 못 물어봤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오빠는 혼날 행동을 많이 한다. 남동생처럼 나를 때리는데, 힘 조절을 못하더라"면서 "감정신에서 괜히 장난 치곤 했다. 얼굴을 보면 계속 장난 걸고 싶어서 눈이 반짝반짝 했다"고 덧붙였다.
전개상 미진이 '몸이 변하고 있다'고 고백하는 시점이 중요했다. 지웅이 '임순이 미진인 걸 몰라서 답답하다'는 반응도 많았다. "내 생각과 미진이 용기를 내는 타이밍이 달랐다. 지웅한테 제일 먼저 얘기해야 하지 않았나 싶었는데, 드라마 재미를 위해 숨기고 나중에 말했어야 했다. 고백했어야 하는 타이밍이 몇 번 있었다. '아, 말하지 그냥. 아, 지금인데'라고 생각했고, 작가님이 언제 공개할까 싶었다"고 했다.
어느덧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 '응답하라 1997'(2012)부터 '술꾼도시여자들' 시즌1·2(2021~2022), 낮과 밤이 다른 그녀까지 정은지의 흥행작은 공통점이 있다. 청춘을 상징하고, 부산 사투리를 쓴다는 점이다. "한 커뮤니티에서 '조정석 선배와 나랑 남매 연기 한 번 했으면 좋겠다'는 글을 봤다. '아빠는 성동일, 엄마는 라미란 선배여야 한다'고 하더라"면서 "골 때리는 가족 영화를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다들 내가 웃기다고 하더라. 미팅 가면 감독님이 '딱 미진이에요' '딱 성시원이에요'라고 얘기해줬다"며 "(술도녀에서) 지구를 연기할 때 제일 편했다. 실제 성격과 제일 닮았다"고 했다.
"'열심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연기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평소 감정을 표현하는 순간이 많지 않은데, 촬영하면서 소리 내서 울고 화를 내며 힐링한 적도 많다. 준비하는 과정은 너무 어렵고 불안하고 막막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서 생각한 게 눈 앞에 구현되면 진짜 재미있다. 정은 언니와 교차해서 내레이션한 게 기억 난다. 젊은이라는 자체가 소중한데, 막상 그 안에 있을 때는 모른다. 오늘의 젊음을 사랑하고, 많이 안아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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