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 AI내전①]"판결문 추천 언제"…신속재판 기대 속 지연되는 AI

기사등록 2024/08/06 14:30:00

최종수정 2024/08/19 10:39:23

法, 차세대 전자시스템 내년 상반기 도입

유사 사건 판결문 추천·소송절차 안내봇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이 사회 다방면에서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법원 안팎의 논의도 한창이다. AI를 도입해 법관 업무 부담을 줄이겠다는 게 사법부의 구상인데, 구성원들은 기대와 우려를 공유하고 있다. 업무 효율이 올라 재판 지연 문제 해소에 도움을 줄 거라는 의견과 AI 적용 범위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 등이 나온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AI 기술이 포함될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을 내년 상반기에 오픈할 계획이다. 당초 오는 9월 오픈을 예고했으나 코로나 등으로 인한 개발 생산성 감소, 개발자 수요 증가로 인한 인력 수급 문제, 높은 개발 난이도 등 내·외부 여러 요인으로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법원이 오픈할 대표적인 AI 서비스는 '유사사건 판결문 추천 모델'이다. 유사사건 판결문 추천 서비스는 법원이 보유한 458만건의 판결문을 활용해 민사, 형사, 가사, 행정, 특허 등 재판부에서 진행 중인 사건과 가장 유사한 사건을 추천한다.

법관들은 현재 전자소송시스템을 포함한 사법정보시스템에서 사건을 검색하고 사건과 관련한 판례 및 법 조항을 찾고 있다. 그러나 2010년에 도입된 이 시스템이 노후화돼 제대로 된 키워드 검색이 안 된다는 불만이 있었다. 법원은 사법정보시스템을 개편하면서 기능을 통폐합하고 신기술을 도입을 통해 효율적으로 재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국민용으로 '소송절차 안내봇' 서비스도 내년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국민들이 소송절차와 관련한 질의나 키워드를 입력하면 적절한 답변을 안내받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로 365일·24시간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형사 전자소송시스템' 구축하고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와 연계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킥스는 법원과 법무부, 검찰, 경찰 등이 형사사법 업무의 신속 처리를 위해 수사 및 재판정보를 공동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으로, 법원은 그간 판결 공유에는 소극적이었다.

법원은 새롭게 오픈할 AI 서비스가 안착하면 당사자가 제출한 소장, 답변서, 준비서면 등을 분석해 첫 변론기일 전 조정·화해 가능성에 대한 예측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와 손해배상, 변제충당, 재산분할, 유류분 등 계산을 보조하는 서비스도 검토할 계획이다.
지난 6월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년 리걸테크 인공지능 특별전시회(LTAS·Legal Tech&AI Show)'에서 원호신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이 'AI와 사법정보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률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6월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년 리걸테크 인공지능 특별전시회(LTAS·Legal Tech&AI Show)'에서 원호신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이 'AI와 사법정보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법률신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법원 내부에서는 재판의 신속화와 업무 효율 향상을 위해 AI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사법정책연구원이 발간한 '재판의 지연 실태와 신속화 방안' 연구보고서는 인공지능이 재판 지연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봤다. ▲관련사건 분석 ▲문서요약 ▲쌍방 당사자의 충돌 주장 찾기 ▲판결서 등 법률문서 작성 ▲통계분석 ▲모든 법관의 코트넷 계정에 AI 재판연구원 도입 등 중·장기 과제가 완수된다면 신속한 판결 선고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법관들도 AI 도입이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현재 전자소송시스템이 기술적인 면 때문에 완벽하게 구현되고 있지 않다"며 "유사 판결문을 정확히 찾아주면 판사들의 업무를 상당히 경감시키고 효율적으로 재판 업무를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지방 법원 한 부장판사는 "키워드로 판결을 찾아내는 게 무슨 AI라는 것인가. 괜찮은 검색엔진 정도"라며 "준비서면을 한 데 모아서 골자나 판결에 쓸 수 있는 내용을 추출한다든가 각종 기록들을 모아서 사건의 취지와 골자 등을 뽑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러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는 만큼, 도입 속도와 적용 범위를 두고는 내부에서 의견 차가 있다. 데이터 편향성, 환각현상(허위정보 생성), 알고리즘 불투명성, 개인정보 및 저작권 침해, 해킹, 변호사법 위반 등 문제가 전면 적용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로 거론된다.

원호신 법원행정처 사법정보화실장은 법관이 AI에 의존하지 않고 재판지원 도구로써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실장은 "법적, 윤리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전제로 AI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인공지능이 법관의 재판을 도울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이고 신속한 재판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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