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배우 최진혁(38·김태호)은 JTBC 주말극 '낮과 밤이 다른 그녀'로 편견을 깼다. 장르물에서 주로 형사, 변호사, 검사 등을 맡아 차가운 이미지가 강했다. SBS TV 예능 '미운 우리 새끼'에서 허술한 매력을 보여줬고, 이 드라마로 대중들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 검사 '계지웅'으로 분해 취준생 '이미진'(정은지)과 부캐릭터인 50대 여성 '임순'(이정은) 사이 로맨스로 재미를 더했다. "예전엔 식당 가면 알아봐도 말을 안 걸었는데, 요즘은 한참 얘기한다"며 좋아라했다.
"사실 이런 편견을 깨고 싶어서 미우새에 출연했다. '왜 나를 차갑고 무거운 사람으로 보는 걸까?' 싶더라. 처음엔 예능 출연이 부담스러워서 거절했는데, 그 틀을 깨고 싶어 출연했다. 재미있게 하려다 보니 '모지리'처럼 나왔는데, 평소 장난기가 많고 허술하다. 초반에 지웅은 차가워 보여야 했지만, 이정은 누나와 윤병희 형이 연기하는 걸 보고 너무 무겁게 하면 재미없을 것 같았다. 사건을 해결 해야 해 어느 정도 무게감도 있어야 해 균형을 맞췄다. 정통 코미디 제안이 오면 제대로 망가지고 싶다."
이 드라마는 어느 날 갑자기 노년 타임에 갇힌 미진과 그녀에게 휘말린 검사 지웅의 로맨틱 코미디다. 1회 시청률 4.0%(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 16회 11.7%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 10%가 넘으면 댄스 챌린지를 하겠다고 공약한 상태다. "정은 누나가 3주 전부터 단톡방에 '8% 넘었으니까 준비하자'고 했지만, 이후 찔끔찔끔 올라 약이 오르더라"면서 "즉석에서 탕후루 챌린지도 했는데, 준비없이 하는 게 더 재미있지 않을까 싶다"고 귀띔했다.
이미 이정은(54), 정은지(30)와 호흡에서 흥행 기운이 느껴졌다. "지금까지 한 작품 중 분위기가 제일 좋았다"고 할 정도다. '이정은 출연 소식을 듣고 설레었다'고 했는데, "누나가 캐스팅 돼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다. 누나랑 연기하면서 '난 아직 멀었구나' 싶었다. 지금까지 초심과 열정을 유지하고 있다. 처음으로 '나도 저런 선배가 돼야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이정은 소속사 애닉이엔티에 둥지를 튼 것과 관련해서도 "아무래도 누나가 영향을 끼쳤다. 신인 때부터 13년째 대표님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고 신뢰가 갔다"고 했다.
첫 방송 전 웹예능 '짠한형'에서 정은지를 향한 호감을 드러냈다. 이정은도 최진혁과 정은지가 커플로 이뤄지길 바랐다. 정은지와 로맨스는 "처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면서도 "둘 다 장난을 좋아하다 보니 너무 친해져 형제 케미가 나왔다"며 웃었다. '로맨스 연기하며 설렌 적은 없었느냐'는 질문엔 "설렌 적이 있다고 해도, 없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느냐"면서 "사실 연기할 때는 설렌다. 멜로 연기할 때 당연히 남자로서 여자를 봐야 하는데, 컷만 하면 은지가 '뭐했냐'고 하니까. 서로 일할 때는 몰입했다"고 돌아봤다.
미진과 '고원'(백서후)이 '더 잘 어울린다'는 반응도 많았다. "그럴 수 있다"면서 "시청자들이 보는 눈이 다르지 않느냐. 삼각관계에선 어쩔 수 없다. 이런 경험을 한 두 번 해본 것도 아니"라며 받아들였다. 지웅이 '임순이 미진인 걸 몰라서 답답하다'는 의견엔 "나도 솔직히 답답했다"고 인정했다. "내가 지웅이라면 미행이라도 했을텐데, 그렇게 촉이 좋은 검사가 '이상하네' 하고 넘어가지 않느냐"면서 "납득하긴 어려웠지만, 틀을 바꾸면 이야기 자체가 흔들린다. 신 바이 신으로 껴야 해 수긍하고 연기했다. 현장에서 '왜 이걸 모르지?'라는 얘기를 많이 하긴 했다"고 부연했다.
"지웅은 일할 때 똑 부러지지만, 미진과 임순이랑 같이 있을 때는 1% 모자라고 사람 냄새 나는 캐릭터로 갔으면 했다. 딱딱하면 재미없으니까. 일부러 '주병덕'(윤병희)과 서로 갈구고, 개인적으로도 친해져서 케미가 잘 나왔다. 애드리브도 엄청 했다. 사무실 배경으로 찍을 때는 애드리브가 난무했고, 예상치 못한 곳에서 터져서 연기를 못할 정도였다. 재미있는 걸 찾다 보니 리허설 할 때 의견도 많이 냈다."
극중 정장을 입어야 해 관리도 많이 하지 않았을까. "극본에는 상의 탈의하는 신이 없었는데, 감독님이 미진 어머니가 집에 데려왔을 때 '옷을 벗고 빠는 게 어떠냐'고 하더라. 당시 준비가 하나도 안 돼 일주일 정도 시간을 줬다"면서 "정장을 입어야 해 조금씩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너무 갑작스러웠다. 상의 탈을 하고 빨고 있으니 웃기긴 하더라. 조명팀과 카메라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줘서 잘 나왔다"며 만족했다.
최진혁은 2006년 KBS 2TV '서바이벌 스타오디션'으로 데뷔했다. 당시 경쟁률 6000대 1을 뚫고 톱10에 들었고, 최종 우승했다. 이후 드라마 '파스타'(2010) '내 딸 꽃님이'(2011~2012) '상속자들'(2013) '터널'(2017) '황후의 품격'(2018~2019) '넘버스: 빌딩숲의 감시자들'(2023) 등으로 얼굴을 알렸다.
어느덧 데뷔 18년 차로, 내년엔 마흔을 앞두고 있어 고민이 적지 않을 터다. "딱히 그런 건 없다"며 "마음만은 20대 후반 인데, 어린 친구들은 나이 많은 대선배라고 생각하더라. 그럴 때 '나도 나이를 먹었구나' 싶지만, 크게 와 닿거나 갑자기 달라질 거라고 기대하진 않는다. 차라리 나이를 빨리 먹었으면 좋겠다. 액션, 누아르를 전문적으로 한 적이 없다. 더 나이 들면 못하니, 조금 더 거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바랐다.
미우새에선 어머니에게 혼나는 모습이 나왔는데, 이 드라마를 보고 칭찬해준 점도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어머니는 딱히 그런 얘기를 안 한다. 어렸을 때 학교에서 올백을 맞아도 칭찬을 안 해주더라. 그 정도로 엄격했다"며 "친구들이 '너 잘 한다'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서른살 되기 전까지 고민이 많았다. '너무 무겁고 진중하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일탈하려고 했다. 원래 'I'(내향형)였는데, 사람들과 만나려고 노력하다 보니 'E'(외향형)으로 바뀌었다. 사람들과 친해지니 작업할 때도 다르고, 연기도 조금 편안해졌다. 이번에 이정은 선배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좋은 분위기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누구 한명에 의해 팀 분위기가 얼마나 바뀌는지 알게 됐다. 주연의 책임이라고 느꼈고, 앞으로 어딜 가든 '연기 잘 한다'는 얘기를 가장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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