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 극비 문서 ‘펜타곤 페이퍼’ 유출 결정적 영향 평화운동가 켈러 사망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미국 국방부의 베트남전 관련 비밀 기록 ‘펜타곤 페이퍼’를 폭로하게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평화 운동가 랜디 켈러(80)가 지난달 21일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부 장관의 고문이었던 다니엘 엘스버그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켈러의 반대에 깊은 인상을 받아 베트남 전쟁의 방향을 바꾼 문서를 유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전에 “단언코 켈러가 없었으면 문서 유출은 없었다”고 말했다.

켈러의 아내 베시 코너는 남편의 사망 원인은 만성 피로 증후군이라고 밝혔다.

엘스버그와 켈러의 만남은 한 반전 시위 집회에서 이뤄졌다.  

1967년 하버드대를 졸업한 켈러는 스탠포드대에서 교육을 공부하기 위해 캘리포니아로 이사했다. 하지만 첫 학기 3주 만에 중퇴하고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전쟁 저항자 연맹’에 들어갔다.

그는 군복무를 거부했을 뿐만 아니라 징집 카드를 우편으로 반송했다. 그는 1969년 체포됐다.

그는 체포된 직후 필라델피아 외곽의 하포드 칼리지에서 열린 반전 회의에서 연설했다. 이때  참석자 중에 해병대 출신으로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고문인 엘즈버그가 있었다.

전쟁에 회의적이었지만 교조주의적 평화주의도 싫어했던 그는 켈러가 군복무보다 감옥 생활을 선택한 이유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

그는 몇 개월 후 동료 분석가인 앤서니 J. 러소와 함께 정부가 비밀리에 전쟁을 확대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 내용 등을 제시한 수천 페이지의 펜타곤 보고서를 복사했다.

엘스버그는 1971년 이 문서를 뉴욕타임즈 기자 닐 쉬한에게 유출했다. 쉬한은 이 문서를 1면 기사로 공개하면서 베트남에서 미국의 개입 명분에 치명타를 입혔다고 NYT는 전했다.

병역 거부로 1973년 감옥에서 나온 후 켈러 씨는 서부 매사추세츠로 이사하여 교사가 되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에는 선거 자금 개혁, 핵무기 폐기 등에 관심을 돌렸다.

‘펜타곤 페이퍼’를 특종 보도한 닐 쉬한 기자는 2021년 1월 84세로 사망했다. ‘펜타곤 페이퍼’를 누출한 엘스버그는 지난해 6월 92세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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