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수출 13.9%↑ 574.9억불…반도체·자동차 견인
하반기 수출 "좋은 스타트"…"관건은 반도체 회복"
美 대선·HBM 對中 수출 제한 등 대외 변수 리스크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반도체·자동차 호조에 지난달 수출이 14% 증가하며 하반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수출 실적은 3924억 달러로, 이와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정부가 도전적인 목표로 잡은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하반기 치러질 미국 대선과 최근 미 정부의 대(對)중국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제한 우려 등 예상치 못한 리스크는 변수일 것으로 분석된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의 '2024년 7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3.9% 증가한 574억9000만 달러(78조652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수출이 13개월 만에 증가로 돌아선 이후 10개월 연속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 2022년(602억 달러)에 이어 역대 7월 중 2위다.
특히 7월 수출액이 6월보다 앞섰다는 점도 주목된다. 보통 6월 수출 실적이 7월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예년보다 호실적을 기록 중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월 우리나라 수출은 570억7000만 달러(78조8422억원)로 집계된 바 있다.
최우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하반기에 굉장히 좋은 수출의 스타트를 끊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수출 실적은 반도체가 앞장서고, 바로 뒤에서 자동차가 받쳐주는 모양새다.
반도체는 전년 동월 대비 50.4% 증가한 112억 달러(15조3305억원)를 기록했다. 9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4개월 연속 50%대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HBM,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 인공지능(AI) 기반 스토리지 서버시장 성장에 더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고성능 PC, 모바일 제품의 메모리 탑재량 증가가 반도체 수출을 끌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예년보다 이른 하계 휴가 영향에 2위 수출 품목인 자동차 실적은 주춤했다. 전년 대비 9.1% 감소한 53억7000만 달러(7조3504억원)로 집계됐다.
다만 견조한 하이브리드 수요에 따라 올해 최대 수출 추세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역대 7월 실적 중에선 지난해에 이어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며 대중 수출은 14.9% 증가한 114억1000만 달러(15조6157억원)로 조사됐다. 지난 2022년 10월(122억 달러)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치다.
반도체, 자동차 수출 증가에 힘 입어 대미 수출도 호조세를 지속했다. 대미 수출은 101억8000만 달러(13조9364억원)로 9.3% 증가하며 역대 7월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12개월 연속 월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정부가 목표하는 7000억 달러는 도전적인 수치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액은 6322억2582만 달러로, 2022년(6835억8476만 달러), 2021년(6444억0036만 달러)까지 따져봐도 7000억 달러엔 한참 못 미친다.
앞서 산업연구원 역시 올해 6800만 달러 수준의 수출 실적을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목표치인 7000억 달러를 이루기 위해 반도체·자동차에서 추가적인 수출 여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1~7월까지 수출액이 총 3924억 달러인 것과 지난해 수출 부진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고려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에 반도체 부분의 물량 효과까지 있다면 반도체에 대해 좋은 수출 실적을 전망한다"며 "예상보다 더 나온다면 7000억 달러 가까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관건은 반도체 가격 회복 부분인데 (7000억 달러 달성이) 현재로선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다"며 "특히 지난달 대중 반도체 수출이 많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대선 등 대외적인 변수를 리스크로 지목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이달 말 공개할 대중국 반도체 추가 통제 조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 HBM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구 교수는 "미국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을 어느 정도 강도로 통제할 건가 하는 부분은 변수"라며 "대선 등 트럼프 리스크 같은 것을 잘 넘긴다면 목표한 것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이에 산업부도 수출 목표 달성을 위해 대외적인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 실장은 "최근 하마스 지도자가 이란에서 피살되는 사태가 있었는데 여전히 좋은 소식이 아니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할 부분"이라며 "미국 선거는 통상에서 가장 중시해야 할 이슈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슬기롭게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