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이트 접속 이용시 단일한 ID와 인증서 사용하는 방안
공안부와 사이버관리국, 지난달 26일 초안 발표… 30일간 의견 수렴
칭화대 교수 "온라인 언행 통제 의도" 지적…인터넷서 삭제돼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중국 당국이 인터넷 이용시 단일한 ID와 인증서를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한 뒤 논란이 되고 있다.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누리꾼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고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공안부와 국가사이버공간관리국은 지난달 26일 ‘국가 인터넷 신분 인증 공공 서비스 관리 조치 초안’을 발표하고 30일 동안 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지금도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댓글을 달거나 정보를 업로드할 때 개인 신분을 확인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번에 새로 제시된 방안은 모든 웹사이트와 앱에서 통일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 ID(중국명 왕하오·網號)’와 ‘인터넷 인증서(왕정·網證)’를 발급한다는 것이다.
초안은 ‘자발적’이라고 되어 있으나 ‘인터넷 ID’가 없으면 사실상 이용을 못하게 할 수 있어 국가가 인터넷 사용 신분증을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31일 “정부가 각 기업으로부터 신원 확인 업무를 인계받고 사람들에게 인터넷 전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단일 ID를 제공하려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금까지는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사람들을 추적해야 했기 때문에 통제가 분산되어 있었으나 이제 국가 인터넷 ID가 그것을 중앙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규제 당국은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온라인 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지만 비판도 거세다.
칭화대 법학과 라오둥옌 교수는 “진짜 의도는 온라인 언행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것으로 범죄 수사 범위를 피의자에서 모든 사람으로 무제한 확대하는 것과 같다”는 비판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의 글은 인터넷에서 삭제됐으나 일부 온라인 그룹에서 산발적으로 유포되고 있다고 대만 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그는 “중국에서 인터넷 실명제가 시행된 지 12년이 지났지만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었다”며 “개인정보는 이미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어 새로운 제도가 개인정보 보호에서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고 정부의 취지를 반박했다.
그는 이 규정은 기존 법과 헌법상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고도 했다.
라오 교수는 “미래 중국은 실제 공간에서는 모니터와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하여 추적하고 인터넷에서는 인터넷 ID를 활용해 감시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터넷 ID를 활용하면 검색 등 인터넷상 개인의 모든 흔적을 쉽게 수집할 수 있게 돼 모든 사람의 온라인 활동 감시 추적기를 설치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라오 교수는 이는 원래 범죄 용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 수사 조치를 모든 일반 개인에게 확대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홍콩 침례교대학의 저널리즘 조교수인 로즈 루추는 “인터넷 ID를 사용하면 온라인에서 하는 모든 움직임, 모든 디지털 흔적이 규제 기관에서 모니터링된다”고 말했다.
베이징대 션쿠이 법학과 교수는 온라인에 올린 논평에서 “중앙집중화된 인터넷 ID가 생기면 사람들이 인터넷 사용에 두려움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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