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때 도쿄 대회 보며 파리행 꿈꿔…10연패 역사 써 영광"
[파리 서울=뉴시스]김주희 김진엽 기자 = "굉장히 묵직하네요."
올림픽 첫 출전에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를 일궈낸 남수현(19·순천시청)이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다.
남수현은 29일(한국시각) 임시현(21·한국체대), 전훈영(30·인천시청)과 나선 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안치쉬안, 리자만, 양샤오레이가 출전한 중국을 5-4(56-53 55-54 51-54 53-55 <29-27>)로 꺾고 우승했다.
이로써 여자 양궁은 1988 서울 대회부터 이번 파리 대회까지 단체전 10연패의 위업을 이뤄냈다.
우승 후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남수현은 "꿈에 그리던 올림픽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언니들과 단체전 10연패라는 역사를 써 정말 영광"이라며 벅찬 소감을 밝혔다.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 때까지만 해도 남수현에게 올림픽은 꿈의 무대였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도쿄 올림픽을 보면서 파리 올림픽에 가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있었다. 이렇게 이룰 수 있어 영광"이라며 기뻐했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으로 평가 받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막내' 남수현을 비롯해 전훈영, 임시현 모두 올림픽 무대가 처음인 탓이다.
그러나 경험 부족에 대한 의심을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결과로 모두 날려 버렸다.
남수현은 "정말 간절히 준비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막상 경기에선 즐기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 없이 올림픽을 머릿속으로 그려왔지만 막상 직접 밟은 무대의 압박감은 조금 달랐다. 그는 "생각보다 함성과 관중 소리가 너무 크고 웅장하게 다가와서 어색함이 있었다"며 "그 응원 소리에 더 힘을 받아 열심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배들이 일궈놓은 단체전 연패 기록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도 마음에서 지워내고 경기에 임했다. "10연패를 목표로 하면서 많은 부담이 있었다. 언니들과 '10연패를 도전이라고 생각하자'고 이야기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이날 결승전에서 한국은 먼저 4점을 얻어내고도 두 세트를 연거푸 내주며 주춤했다. 결국 슛오프까지 가는 승부 끝에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남수현은 상대에 추격을 받던 때를 떠올리며 "바람이 헷갈리게 불어서 영향을 받았다"면서도 "우리는 우리에 대한 의심을 하지 않았다. 서로 믿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다"고 말했다.
이날 남수현은 주로 두 번째로 활을 쐈다. 앞서 전훈영이 다소 흔들릴 때 10점을 쏘며 다시 흐름을 가져오는 등 멋진 팀워크를 보여줬다. "언니가 헤맬 때 내가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최대한 자신있게 했다"는 남수현은 "언니도 금방 리듬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서 젼혀 부담은 없었다"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힘을 합쳐 따낸 금메달은 여느 메달과는 느낌이 달랐다. 남수현은 "굉장히 묵직하다. 진짜 묵직하다"며 메달 수확을 실감했다.
이날 여자 양궁 역사의 한 페이지를 함께 만든 남수현과 임시현, 전훈영은 이제 개인전에서 '경쟁자'로 만나게 된다.
남수현은 '2관왕' 도전에 대해 "욕심을 부리면 더 안 된다. 최대한 즐기자는 마인드로 욕심내지 않고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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