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민 父, 한강공원에 추모공간 마련
서울시, 자진철거명령…부친, 행정소송
法 "안내 내지 통지하는 내용에 불과"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지난 2021년 4월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의대생 고(故) 손정민(당시 22세)씨 추모공간에 대해 자진철거 명령을 내린 서울시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이주영)는 지난 11일 고 손정민씨 부친인 손모씨가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철거 명령 및 계고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손정민씨는 2021년 4월24일 서울 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인근에서 친구 A씨와 술을 마신 뒤 실종됐다가 닷새 뒤인 30일 실종 현장에서 멀지 않은 한강 수중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부친 손씨가 2021년 5월 서울 반포한강공원에 손정민씨 추모공간을 마련하자, 서울시 미래한강본부는 추모공간 앞에 '2021년 12월20일까지 자진철거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손씨는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전면적인 철거명령을 내리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행위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시 측은 재판 과정에서 추모공간에 대한 자진철거를 안내 내지 권유한 것이며, 하천법에 따라 제재처분이 이뤄질 수 있음을 고지한 것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하천법 제33조 1항은 하천구역 안에서 토지의 점용 행위를 하려는 자는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손씨는 하천관리청 등의 허가를 받지 않고 추모공간을 마련했다.
법원은 현수막에 자발적인 철거 조치를 권유하는 내용이 기재됐을 뿐이라며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자진철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하천법에 따른 행정처분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음을 안내 내지 통지하는 내용에 불과하다"며 "토지 무단점용에 대한 어떠한 제재처분을 한 것도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시는 서울시민 전체의 공간인 한강공원을 적정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성과 함께 이 사건 추모공간이 갖는 의미와 성격 등을 두루 고려해 손씨에게 위반행위의 자발적인 시정을 권유해 온 것으로 보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손정민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실종 약 두 달 뒤인 6월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했다. 검찰은 지난 1월 경찰과 같이 A씨에게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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