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2022년부터 올해까지 5개 이커머스 기업 사들여
큐익스프레스 美나스닥 상장 목표로 몸집 불리기 나서
티몬·위메프 영업손실 지속…자본 총액도 마이너스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싱가포르 이커머스 '큐텐(Qoo10)'의 계열사인 티몬과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일파만파로 확대되면서 소비자와 판매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구영배 큐텐 대표의 문어발식 확장이 지목되고 있다. 짧은 기간 이커머스 기업들을 무리하게 사들이면서 '몸집 불리기'에 집중한 것이 결국 독이 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정작 구 대표가 사태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피해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1세대로 꼽히는 구 대표는 지난 2010년 싱가포르에서 큐텐을 설립했다.
이후 2022년 티몬을 인수하고 이듬해 위메프와 인터파크커머스를 차례대로 인수했다.
올해는 AK몰과 미국 이커머스 플랫폼인 위시를 인수했다.
짧은 기간 내 굵직한 5개의 이커머스 기업을 연쇄적으로 사들였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영배 큐텐 대표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큐텐 산하에 있는 물류 회사 큐익스프레스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몸집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커머스 기업들을 잇달아 사들인 뒤 물량을 큐익스프레스에 몰아줘 거래액을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큐익스프레스를 나스닥에 상장만 시킨다면 자금이 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나스닥 상장만 바라보며 이커머스 기업들을 마구잡이로 사들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정산 지연 사태로 인해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큐텐이 인수한 이커머스 계열의 재무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았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위메프는 지난해 102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티몬은 올해 제출해야 할 감사보고서를 아직까지 제출하지 못했다.
아울러 양사 모두 자산보다 부채가 많아 자본총액이 마이너스인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 1309억원의 5배를 넘어섰다.
위메프도 지난해 말 기준 유동부채가 3098억원으로 유동자산 617억원의 5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상장을 목표로 무리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정작 계열사들의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서 이번 사태까지 끌고온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태가 재발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머지포인트는 2020년 5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우며 고객을 끌어모은 뒤 적자 누적 상태에서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지속하다 '환불 대란' 사태를 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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