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법인 매각 후 2년 내 재인수 권리
정상화 시동 가능성…연 20만대 판매는 힘들 듯
[서울=뉴시스]이창훈 기자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 러시아 공장을 매각한 현대차가 다시 이 공장을 사들여 러시아 사업을 부활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현대차가 러시아 사업을 정상화 할 경우,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들도 영업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내년 말까지 러시아 생산법인(HMMR) 지분을 다시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지난해 말 러시아 자동차 판매업체 아트파이낸스와 HMMR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2년 내에 HMMR을 다시 매수할 수 있는 바이백 옵션(콜옵션) 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 따라 현대차가 HMMR을 재인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현대차가 러시아 사업 정상화에 나설 경우, 러시아에 진출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다.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 현대글로비스 등은 현재 러시아 현지에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급감한 러시아 판매량 회복 가능할까?
유럽비즈니스협의회(AEB)에 따르면 전쟁 1년 후인 2023년 1~5월 중국 창청자동차와 지리자동차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2위와 3위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기간 두 업체의 판매량은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전쟁 전에 3위를 기록한 현대차 순위는 11위로 하락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가 지난 5월 발간한 '러시아의 대(對)아시아 경제협력 정책과 추진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 2.33%를 기록해 9위에 머물렀다. 판매량은 2022년 5만4017대에서 지난해 2만4658대로 급감했다.
러시아 현지 판매량 감소로 러시아 사업 수익성은 지속 악화됐다. HMMR의 영업손실 규모는 2022년 52억원에서 지난해 566억원으로 확대됐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해 말 HMMR 매각을 전격 결정하며 러시아 시장에서 잠정 철수했다.
20만대 판매 복귀 가능성 낮아…수출 기지 활용도 높아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시장의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졌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현대차가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국과 러시아의 경색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차들이 러시아에서 확고한 시장 지위를 구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만4658대로 급감한 현대차 판매량을 고려하면, 연간 10만대 판매도 쉽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HMMR을 다시 인수하면, 러시아 판매량 회복보단 수출 기지로서 활용도를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는 고전을 겪고 있는 중국에서도 수출 비중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러시아에서도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꾀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는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 중국 등을 대신해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와 인도네시아 등의 생산 거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법인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상장을 통해 약 4조원을 조달해 인도 현지에 전기차 생산 관련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현대차도 러시아 사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며 "전쟁이 종식되더라도 러시아 시장 불확실성은 해소되지 않아 사업 재편 기조는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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